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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BTS 지민·아이브도 줄줄이 "셋 미 프리" 외치는데, 이면엔 속박...'K팝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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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아이돌 '자아 찾기' 잇따라
이면엔 속박과 대중의 모순 지적도
"K팝 업계·팬과의 상호 작용으로 변화 필요"
한국일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지민이 지난 8일 방탄소년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첫 솔로 음반 '페이스'(FACE) 발매를 앞두고 공개한 콘셉트 포토를 공개했다. 빅히트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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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아파도 숨지 않아/미치지 않기 위해 미치려는 것/지나간 나를 위해 손을 들어/나우 셋 미 프리(Now set me free)'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최근 선보인 첫 솔로 앨범 선공개곡 '셋 미 프리 파트2'에는 자유와 해방의 메시지가 담겼다. 지민이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비슷한 시기, 그룹 트와이스도 같은 제목의 곡 '셋 미 프리'를 냈다. 뮤직비디오에선 멤버들이 진한 메이크업을 지워 버리거나 목걸이나 몸에 묶인 끈을 끊어내는 모습으로 자유를 향한 갈망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억압과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갈망하는 서사가 K팝의 화두다.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강한 K팝 아이돌들이 '진정한 나'를 찾겠다는 주체성을 찾는 변화다. 팬들도 호응한다. 하지만 아이돌의 '자아 찾기'의 이면엔 여전히 아이돌로 자라나며 겪는 속박과 대중의 모순적 시각이 존재한다. 주체적인 아이돌을 기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대중의 환상 사이에 놓인 K팝 아이돌의 모순이 표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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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지민. 빅히트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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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트와이스가 지난 10일 12번째 미니 앨범 '레디 투 비'를 발매했다. 특히 타이틀곡 '셋 미 프리'는 자유롭고 능동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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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생겨먹은 대로 사는 애야' 과감해진 아이돌의 메시지

아이돌의 메시지는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 지난 27일 선공개된 4세대 아이돌 '아이브'의 '키치'엔 '자유'라는 단어만 21번 등장한다. '너의 의도대로 따라가진 않을 거야/난 똑똑하니까', '난 생겨먹은 대로 사는 애야' 등 가사는 직설적이다. 공개되자마자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인 멜론, 지니, 벅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박희아 대중음악 평론가는 "아이돌이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전하는 주체가 됐을 때 더 호응하는 팬층이 많아졌다는 변화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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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아이브가 내달 10일 복귀에 앞서 지난 27일 선공개곡 '키치'(Kitsch)를 발매했다. '키치'는 세상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곡이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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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아이돌 세대에게도 자유는 하나의 키워드다. 엑소 멤버 카이가 최근 낸 솔로곡 '로버'의 콘셉트 역시 제목 그대로 자신을 속박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방랑자'다. 서정민갑 대중음악 평론가는 "K팝을 향유하는 세대가 청소년에서 3040세대까지 확장된 지금 자아에 대한 고찰이 가사에 담겼을 때 공감대가 확장되고 아이돌도 입체적 캐릭터로 거듭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K팝 시장은 '모순 덩어리?'" 2세대 아이돌 고백이 뼈아픈 이유

아이돌들이 자유를 외치고 있지만 최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 6화에서는 변하지 않은 케이팝의 이면이 그려졌다. 특히 눈에 띈 건 2세대 아이돌의 고백. 원더걸스의 멤버였던 선예는 "현역 아이돌을 하다가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최고의 배신자가 됐다"며 씁쓸하게 웃는다. 한창 인기가 절정기이던 지난 2012년 선예는 결혼을 발표했다. 선예의 선택을 두고 일부 팬들은 "그룹 활동에 폐가 된다", "이기적이다"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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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 6화에서는 K팝 아이돌을 둘러싼 여러 모순적인 시각에 대해 다뤘다. 해당 회차 스틸컷.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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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K팝 시장도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소속사들은 아이돌 연습생에게 어느 정도 자유를 보장하며 정신 건강 관리를 위한 상담도 진행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프로그램에서 K팝 팬들은 "심하게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내 아이돌이) 말랐으면 좋겠다", "연애할 수는 있지만 들키진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더 이상 아이돌일 수 없다" 등 일종의 아이돌로서의 '덕목'을 이야기한다. 사실상 '한 인간으로서의 아이돌'을 존중한다면서도 금기와 억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K팝 아이돌의 모순은 여전한 셈이다.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스토리총괄 프로듀서인 차우진 대중음악 평론가는 "한국 사회에 구조적으로 자리 잡은 모순이 가장 극단적 형태로 드러나는 곳이 이 K팝 아이돌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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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아이브가 내달 10일 복귀에 앞서 지난 27일 선공개곡 '키치'(Kitsch)를 발매했다. '키치'는 세상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곡이다. 사진은 '키치'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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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 노래하는 '자유'가 공허해지지 않으려면

K팝 종사자와 팬들도 K팝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이 모순에 대해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차 평론가는 "K팝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서 받게 된 팬들의 피드백을 통해 다양성이나 젠더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진보해 나간 측면도 존재한다"면서 "K팝 종사자와 팬들이 함께 상호작용해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K팝 시장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를 향한 아이돌의 외침이 공허해지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도 필요하다. 김영대 대중음악 평론가는 "(소속사와의) 재계약을 강요하지 않는 것, 신인이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 등 시스템적으로도 아이돌에게 '자유'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결국 의식 있는 제작자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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