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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대통령 방미 한달앞…안보실장 전격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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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전격 사퇴했다. ‘고심 끝에’ 사의를 수용한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후임 안보실장에 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한 조태용 주미대사를 내정했다. 이미 김일범 의전비서관(12일), 이문희 외교비서관(27일)이 바뀐 데 이어 4월 말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안보실장까지 교체되면서 파장이 일 전망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오후 5시55분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주미대사 후임자는 신속히 선정해 미 백악관에 아그레망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후임자는 정상회담 전 부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직 외교관인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이도훈 2차관이 물망에 오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내정자는 30일부터 실장으로 역할을 한다.

이날 브리핑 50분 전쯤 김성한 실장은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김 실장은 “1년 전 보직을 제안받았을 때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한·일 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썼다.

이어 “그러한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특히,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안보실장 교체를 검토한 바 없고 대통령도 만류한 것으로 아는데 김 실장이 외교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여러 차례 피력해 고심 끝에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윤 대통령과 대광초를 같이 졸업한 50년 지기 친구 사이이기도 해 이날 전격 사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참모들이 많았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이날 전격 교체는 그간 김 실장이 수장인 대통령실 외교라인에 대한 불만이 일부 원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일례로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자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23분간 생중계하면서 대국민 직접 설득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여론 설득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된 것에 대해 참모들을 질타했고, 한·일 관계 개선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김 실장은 큰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정상회담 준비 과정 잇따른 실책…안보실 내 갈등설도



이 밖에 정상회담 관련 주요 문서 보고가 누락됐고, 비공개로 진행된 한·미 주요 행사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가 초청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또 윤 대통령이 시시때때로 ‘세일즈 외교’를 언급하며 외교도 경제의 연장이라 강조하지만, 그간 안보실이 보안을 이유로 벽을 높게 친 탓에 안보실과 경제수석실 등 비서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비서실과 안보실의 소통 단절이 근본적 원인일 수 있다”며 “안보실장 교체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아 조직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여권에선 한·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잇따른 보고 누락이 결정적 계기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측에서 먼저 한·미 가수 협연을 제안하며 BTS를 요청했는데, 김 실장 등 안보실 라인이 관련 보고나 후속 조치 없이 보류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미 정상회담을 향해 차질 없이 준비하고, 성과를 낸 뒤 교체한다는 게 내부 컨센서스”(대통령실 관계자)란 분위기였는데 오후 들어 확 달라진 건 ‘내부 패싱’ 문제가 재차 불거져서로 알려졌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도 관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BTS 공연은 무산되고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의 합동 공연으로 정리가 됐지만 이 과정에서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안보실 라인을 질타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인사는 “단순한 문화공연 차원을 넘어 국빈 방문 일정을 조율하는 한·미 간 프로세스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양국 대통령 부부 동반 일정과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저엔 김 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의 갈등설도 제기된다. 과거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 산하 외교안보연구소) 시절부터 선후배 사이였던 두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김 실장은 외교안보분과 간사로, 김 차장은 분과 위원으로 합을 맞춰 정부 출범 후엔 안보실장과 1차장으로 함께 일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책 방향 등을 놓고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이어서 ‘과연 케미가 맞겠느냐’는 우려가 퍼져 있었다”며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누적돼 온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를 윤 대통령도 인지하고 있다”는 말이 새어 나왔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 실무 담당자인 이문희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이 이충면 비서관으로 교체됐다. 이 신임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당시 김 차장의 청와대 근무(대외전략비서관 및 기획관) 시절 같이 근무한 적이 있다. 공석인 의전비서관엔 김승희 선임행정관이 유력하다.

권호·현일훈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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