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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애국심보다는 돈”… 확 바뀐 미국인들의 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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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시카고대 여론조사

25년 전보다 애국심, 자녀양육 중시 비중 반토막

‘돈’만 유일하게 중요성 올라

“정치분열, 팬데믹, 경제불안이 미국의 초상 바꿔”

조선일보

지난 23일 미 캘리포니아 LA에서 교직원 노조가 봉급 인상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의 정치 분열과 경제 불안이 심화되면서 애국심, 공동체 참여, 종교, 자녀양육 같은 과거 미국을 통합해온 핵심 가치관에 대한 인식이 급감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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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체성을 규정해온 애국심, 종교, 자녀양육 같은 전통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와 공동으로 이달 초 미 전국 성인 1000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가치관 여론조사를 지난 27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당신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란 질문에 애국심을 꼽은(복수 응답) 응답자는 38%였다. 지난 1998년 첫 조사에서 ‘애국심’이란 응답이 70%였는데 25년 만에 반 토막이 난 셈이다. 특히 18~29세 이하 젊은 응답자 중 애국심이 중요하다고 한 비율은 23%로, 65세 이상의 59%보다 훨씬 낮았다. 종교가 중요하다는 응답 역시 1998년 62%에서 올해 39%로 급감했다. ‘자녀 양육’을 꼽은 비율은 같은 기간 59%에서 30%로 역시 반 토막 났다.

조선일보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25년 전에 비해 미국인이 더 중요하다고 꼽은 유일한 가치는 ‘돈’이었다. 호황기였던 1998년 돈이 중요하다고 한 응답자는 31%였는데 올해 43%로 늘며 애국심을 넘어섰다. 과거 조사에 참여했던 공화당 선거전략가 빌 매킨터프는 “정치 분열과 코로나 팬데믹, 누적된 경제적 불안이 미국의 초상을 놀랍게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WSJ은 미국을 통합해온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합의를 무너뜨린 일련의 사건으로 2001년 9·11테러, 2008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장을 꼽았다. 특히 ‘애국심’에 대한 인식이 저하된 것은 전반적으로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데다 애국심이 극우 세력의 전매 특허처럼 된 것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옛날엔 진보·보수 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었고 그 공통분모는 애국심이었는데 지금은 그 전제가 깨졌다는 것이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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