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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1GB당 사용료 최대 10배 차이···"최저 데이터 제공량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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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LGU+도 14~15.6배 차이

기본료 감안해도 6~8배 벌어져

1~2GB 때문에 몇 천원 더 써야

상위 요금제 강요 '꼼수' 지적도

SKT "정액제 도입에 따른 현상"

SK텔레콤이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 요금제 4종을 추가로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늘어났지만 ‘데이터 단가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현행 요금 체계에서는 가격이 오를수록 GB당 단가가 급속도로 낮아져 최저 요금제와 상위 요금제 간 단가 차이가 무려 10배에 이른다. 통신사들이 저가 요금제를 통해 제공하는 데이터가 일반 휴대폰 사용자의 평균 사용량보다 낮아 더 비싼 요금제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실질적인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저가 요금제의 기본 제공 데이터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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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통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5G 최저 요금제인 ‘베이직(월 4만 9000원·8GB)’의 GB당 가격은 6125원이다. 앞서 SK텔레콤이 23일 선보인 중간 요금제 4종의 기준점이 되는 ‘5GX레귤러(6만 9000원·110GB)’는 GB당 627원으로 두 요금제 간 데이터 단가 차이가 9.76배에 이른다. KT와 LG유플러스는 최저 요금이 더 낮은 대신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요금제를 제공 중이어서 유사 요금제 간 단가 차이가 무려14.3~15.6배에 이른다.

이 같은 단가 차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사들은 회선·인프라 유지에 필요한 ‘기본료’ 개념을 강조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3일 중간·시니어·청년 요금제 등 SK텔레콤의 신규 요금제를 소개하면서 “기본료와 유사한 개념의 초기 투자 비용 등이 있어 낮은 요금제의 단가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해 통신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출시 당시 가입자의 데이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액제 개념을 도입하며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기본료를 감안하더라도 현행 5G 요금의 데이터 단가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다. 기본료 2만 원을 가정했을 때 베이직과 5GX레귤러의 GB당 단가는 각각 3625원과 445원으로 8.14배 차이를 보인다. 기본료 3만 원을 가정하면 두 요금제의 GB당 가격은 각각 2375원·355원으로 6.7배 차이가 난다. 기본료 4만 원을 가정하면 두 요금제 단가 차이가 4.27배로 줄어들지만 이 경우 베이직과 한 단계 비싼 요금제인 ‘슬림(월 5만 5000원·11GB)’의 단가가 역전되기 때문에 정부와 통신사가 내세우는 ‘기본 요금’은 4만 원 미만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인프라 유지를 위한 기본료가 반영되더라도 요금제 간 데이터 단가 차이가 6~8배가량 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요금제별 데이터 단가의 증감이 연속적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금별 데이터 단가를 나타낸 곡선에서 요금이 오를수록 단가가 부드럽게 낮아져 활모양의 호(弧)를 그리지만 어떤 금액의 기본료를 가정하더라도 5만 5000원짜리 요금제의 단가만 곡선의 기울기가 크다. 해당 요금제의 단가만 유독 비싼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을 기준으로 할 때 베이직은 최저 요금제이기에 단가의 적정성을 논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차상위 요금제인 슬림이 타 요금제와 달리 가격 차이에 비해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편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유독 단가가 높은 슬림 요금제의 제공 데이터인 11GB가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 사용자들의 지난해 말 기준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12.9GB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상당수 통신 가입자는 1~2GB를 더 쓰기 위해 한 단계 더 높은 베이직플러스(월 5만 9000원·24GB) 요금제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SK텔레콤이 지난해 선보인 첫 중간 요금제 ‘베이직플러스’도 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지난해 말 전체 5G 사용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7.67GB로 나타났다. 역시 베이직플러스의 제공량이 평균 사용량에 못 미치기 때문에 한 단계 윗급의 요금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사용량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통신사들이 요금제 디자인 과정에서 더 비싼 요금 사용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미 출시한 요금제에 대한 강제 인하가 힘들다면 저가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를 1~3GB가량 늘려 큰 폭의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G는 3G·4G보다 데이터 사용량 분포가 넓어 상위 트래픽 유발자 비중이 낮은 편이라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탠다. 지난해 말 기준 상위 1% 트래픽 사용자 비중은 5G 8.7%, 4G 18.7%였다. 트래픽 상위 10% 비중도 5G는 52.1%지만 4G는 71.6%에 달한다. 중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평균적인 데이터 사용자’가 구세대 이동통신보다 많아 이들을 위한 혜택을 늘릴 때 소비자 후생이 늘어나는 폭도 크다는 평가다. 서울 YMCA 관계자는 “중간 요금제 신규 출시로 선택권이 확대됐다지만 데이터 제공량 구조 자체의 모순은 해결되지 않았다”며 “5만 9000원에 50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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