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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국정원, 이례적으로 '민주노총 간부 구속' 기자단에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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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국가정보원이 28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들을 접촉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수사 중인 사건 관련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노총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존치를 위한 눈물겨운 몸부림"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국정원은 이날 기자단에게 보낸 문자에서 "공개되는 범죄사실은 재판에 의하여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유의하여 주시기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국정원이 공안사건 수사를 이유로 지난 1월 민주노총 본부를 공개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민주노총은 "막거나 거부할 일이 없는데, 사무실 주변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심지어 에어매트리스까지 등장시키며 이를 수구언론을 중심으로 '간첩단' 운운 실시간으로 중계해 대는 국정원의 의도는 무엇인가"라고 국정원의 공개적인 압수수색에 대한 정치적 의도를 비판한 바 있다.

프레시안

▲국가정보원이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이 든 상자를 들고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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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민주노총 핵심 간부가 연루된 중요사건에 대해 일각에서 "간첩단 조작"·"종북몰이"로 폄훼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들의 범죄사실 중 국가기밀 탐지·수집과 국가기간망 마비와 같은 공공의 안전에 급박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내용도 있어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언론에 영장 발부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지난 1월 18일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와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전 금속노조 조직부장 등 4명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백여 건이 넘는 대북 통신문건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건 해독·분석과정에서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간첩과 자진지원, 특수 잠입·탈출 및 회합, 편의제공 등 주요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했다.

"사법적 판단 나오기도 전에, 민주노총을 엮어 불순한 의도를 관철하려 해"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1월 18일 요란스럽게 진행했던 전 민주노총 간부의 사무공간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가 어제 법원의 구속 결정으로 이제 중간 기착지를 지났다"며 "예정된 순서"라고 말했다.

이어 "공안기관과 수구 언론은 압수수색 단계부터 피의사실 공표를 포함해 앞을 다퉈 민주노총과 연결 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정원의 이례적 행보가 대공수사권을 존치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2024년 경찰로 이관되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존치를 위한 눈물겨운 몸부림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시점에서 마치 경쟁하듯 터져 나오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들은 시민들의 머리와 가슴 한구석에 숨겨져 있는 불안과 의구심을 자극하고 끄집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라고 했다.

프레시안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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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국정원은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요란스럽게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이를 생중계한다"며 "수구 언론이 이를 받아 쓰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를 부풀리고 정치 쟁점화시키고, 대통령의 입에서 숨어 있는 간첩 운운하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존치를 언급한다"고 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답보상태인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회복을 위해 색깔론 카드를 꺼내들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30% 중반을 배회하는 지지율의 회복을 위해 자신의 지지기반인 ‘반노동, 색깔론’을 집결시키기에 이렇게 좋은 카드는 없다"며 "내년 총선까지 이어지는 정치 일정에서 민주노총과 진보진영 등 정치적 반대세력과 야당의 손과 발을 묶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과 일부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가지고 이를 민주노총에 덧씌우려는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정권을 향한 민심을 제대로 읽고, 파탄 난 민생에 신음하는 노동자, 시민의 삶을 보듬어 진정한 개혁에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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