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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투자자들, 예금 인출해 MMF로… 연준 매파도 “신용경색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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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위기發 경기침체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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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촉발한 각국 은행업계 위기가 전 세계 경기침체 공포로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독일 최대 투자은행 도이체방크 등 각국 주요 금융사가 휘청이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부동산 부실 우려가 ‘신용 경색(credit crunch)’을 낳고 결국에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대표적인 ‘매파’(금리인상 선호 성향) 인사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는 26일(현지 시간) CBS에 출연해 “은행 스트레스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신용 경색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불분명하다”면서도 “신용 경색은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기에 매우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미 중소형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부실 등으로 “이전보다 (불황에) 가까워졌다”고 우려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또한 SVB 파산 등을 거론하며 “가계와 사업체의 신용 긴축을 초래해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은행들이 임대아파트, 오피스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내준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5조6000억 달러(약 7324조 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중 1조5000억 달러가 3년 이내 만기를 맞는다.

그러나 최근 경기 둔화로 공실률이 높아진 데다 대출 금리 또한 상승해 부동산 경기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중소형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부동산 대출을 연장해주거나 돈을 더 빌려주지 않으면 관련 기업의 자금줄이 막혀 연쇄 도산과 경기 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 또한 비즈니스포스트 인터뷰에서 “유로존의 추가 신용 기준 강화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경제성장률과 물가를 끌어내려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또한 “부채 수준이 높아지면서 금융 안정성에 대한 위험이 커졌다. 부채 수준이 높은 저소득 국가의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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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은행에 맡겼던 돈을 현금으로 바꾸거나 대형 은행으로 옮기는 등 안전자산을 택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들어 2860억 달러(약 371조8000억 원) 이상의 돈이 현금성 투자 상품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렸다고 25일 보도했다. 대부분 미 중소형 은행 예금에서 인출된 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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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에 따르면 SVB 파산 하루 전인 이달 9일부터 15일까지 미 은행권의 전체 예금 또한 984억 달러(약 128조 원) 감소했다. 특히 소규모 은행의 예금이 1200억 달러 빠져나갔다. 반면 대형 은행의 예금은 666억 달러 늘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미 36위 은행 ‘퍼스트시티즌스뱅크셰어스’가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미 CNN방송은 SVB의 17개 지점이 이날부터 곧바로 퍼스트시티즌스의 지점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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