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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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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은 일체 …'주69시간 근무' 혼선, 여당도 책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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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이 만난 사람 ◆

매일경제

주호영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5선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보수의 위기 때마다 해결사로 등장했다. 3년 전 당이 총선에서 참패하자 원내대표를 맡아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작년엔 이준석 당대표의 직무 정지 이후 지도부가 붕괴하는 사태 속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가 이준석 전 대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서 인용해 비대위 출범이 무산되자 다시 원내대표직을 맡았다. '독'이 든 성배 같은 자리를 마다하지 않은 건 '선당후사'의 정치 소신과 온화한 성품 때문이다. 거대 야당과의 협상에서 올해 예산안, K칩스법 등을 얻어낸 그는 다음달 7일로 임기를 마무리한다.

주 원내대표는 논란이 큰 주69시간 근무제와 관련한 정부 정책 혼선에 대해 "정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인상 지어지느냐가 중요한데, 이번에 그에 대한 치밀한 홍보가 부족했다"며 "당정은 일체이고, 어떤 책임에서 당이라고 피해 갈 순 없다"고 말했다.

수많은 정치 풍파를 겪으며 내공을 쌓아온 주 원내대표조차도 여전히 국민에게 인정받는 좋은 정책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주 원내대표는 "입안과 주도는 정부가 하지만 당도 미리 알았을 것이고, 언론에 나오기 전에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는데 이를 못했다"며 "주 책임자가 정부라고 해서 당이 그 책임을 비켜 갈 수는 없다"고 차분히 답했다.

특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정 연대 강화를 목표로 고위당정을 매주 개최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주 원내대표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아서 그렇지 고위당정과 실무당정은 수시로 해오고 있고, 사실상 매주 하고 있다"며 "김 대표의 제안을 계기로 더욱 긴밀하고 밀접하게 소통하며 더 자주, 더 폭넓은 주제를 다루면 된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짧은 임기 동안 여소야대의 불리한 구도에도 불구하고 예산안 처리,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법인세 인하 등 굵직한 정책 결정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박홍근 원내대표와는 가족보다 더 자주 얼굴을 맞대며 파트너로 함께 일했다. 정치권에선 여야 간 치열한 갈등 속에서도 두 원내대표가 형·동생을 할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훌륭한 분"이라며 "나이나 국회 선수(選數)는 저보다 아래지만 공당의 대표를 함부로 동생이라고 할 순 없고, 물러난 뒤 할 의향은 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여야 간에 지루하고 막막한 대치는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창과 방패를 번갈아 끼며 싸워야 하는 국회의원의 숙명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당 지도부가 새로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낮은 지지율에 관한 생각도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노자의 '도덕경'에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라 다스리는 일을 작은 생선 굽듯이 하라는 뜻"이라며 "작은 생선은 잠시 눈을 떼면 타버리고 너무 빨리 뒤집으면 설익는 만큼 항상 눈을 떼지 말고 상태를 보라는 뜻으로, 정치도 무릇 항상 선거를 치른다는 생각으로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당장 지지율이 부진한 것은 아쉽지만 지금이 선거철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한다면 국민도 금방 그 진심을 알아차릴 것이라는 의미다.

내년 총선의 승패는 수도권과 MZ세대에 달렸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두 키워드를 가장 먼저 끄집어낸 사람이 주 원내대표다. 그는 "제 처음 발언을 모든 사람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수도권과 MZ세대, 그리고 중도층은 우리 득표율이 가장 낮은 곳이고 여기를 잡아야 당연히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수도권 출신이나 MZ세대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수도권과 중도, 그리고 MZ세대에서 표를 얻을 전략과 대책이 있는 분이 대표가 돼야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바로잡았다.

내리 5선 의원을 지내며 정치인이 해볼 수 있는 웬만한 당직을 두루 섭렵해본 주 원내대표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직에 집착하기보다는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을 극복하고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며 "그만두기 전까지 부정부패, 막말, 가짜뉴스 등 국회에 만연한 고질병을 고치고 선진화된 정치를 구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달려온 그는 직을 내려놓고 가장 먼저 할 일도 정해뒀다. 주 원내대표는 "우선 고향에 가서 어머니를 뵙고, 못 가본 데를 가보고 싶다"며 "특히 서해안 쪽으로 가 호남 지역을 다녀보고 싶다"고 담백하게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1959년 경북 울진 출생 △능인고, 영남대 법과대학 학사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1988~2002년 대구지방법원 판사 △17~21대 국회의원 △대한민국 특임장관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지용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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