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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사이비종교에 왜 빠질까? 전문가 “위기, 고립감 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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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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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단체의 실체를 고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심리 전문가는 현실 위기 상황이 크고, 고립되어 있는 사람일수록 사이비 종교에 빠지기 쉽다고 조언했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7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살면서 다양한 강도의 스트레스들이 오게 되는데 하나하나 대처해 나갈 수가 없다”며 “그런 생활 속에서 우리가 믿는 구석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그 믿는 구석 자체가 초월적인 존재이고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면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 때문에 종교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이비 종교는 집단 자체가 범죄적 성격을 띤다거나 어떤 착취적인 구조를 갖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그거를 구별하지 못하고 너무나 큰 절대성, 이런 것들을 강조하는 것에 쉽게 현혹되는 것 같다”고 했다.

강 교수는 사이비 교주들의 공통적인 특성에 대해 “일반적인 용어로 얘기하면 굉장히 카리스마 있다”면서도 “정신건강의학과적으로 표현을 달리해보자면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굉장히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애성 성격을 갖는 사람들은 착취적이다. 죄책감을 갖지 않고, 다른 사람을 제멋대로 이용하고 통제하려고 든다. 피해자에게 책임감과 죄책감을 갖게 만들어서 조종하려고 든다”며 “다른 사람에 대한 권력을 확보하고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이런 노력들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사람들이 교주의 특성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지속적인 성 착취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이 없을 것이다. 죄책감이 있다면 번뇌하고 고뇌하다 알 것”이라며 “이미 경찰에 쫓기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그런 기이함들이 이어진다. 본인이 본인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사이비 신도들이 교주의 말을 거역하거나 교리에서 벗어날 때 느끼는 ‘공포’ 심리에 대해 “종교의 집단주의 같은 게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단은 응원을 하고, 의식을 행하고,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갖게 되면 갖게 될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이 집단의식을 더 갖게 된다”며 “그것을 탈퇴하려고 할 때 그 집단이 나를 어떻게 할까에 대한 공포감도 들고, 내가 그동안 믿어왔던 것들을 스스로 버리는 데에서도 공포감이 들 것 같다. 인정하는 게 되게 힘들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종교를 보면 선과 악, 나를 믿는 것과 나를 믿지 않는 사람들, 나와 타 종교 등 이분법적 사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믿음을 의심하는 순간 스스로를 부정하고 내 주변을 부정하고 내가 속한 집단을 부정하다 보니까 여기서 벗어나려고 한다거나 충성심을 버리게 되는 건 되게 어려운 일일 것 같다”고 부연했다.

강 교수는 사이비 종교에 잘 빠지는 사람들의 특징으로 “자신보다 타인의 욕구를 먼저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 뭘 원하는지 표현하기 어려워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한데 상대에게는 그렇지 못한 그런 사람들이 아무래도 쉽게 빠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대상에 대한 결핍이 있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나에게 중요한 가치, 가족, 사랑하는 사람 이런 것들이 부재해 힘들어한다”며 “그런데 그게 사이비 종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대상으로 삼으려고 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인지 아닌지, 나와 동등한 대우를 해주려고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이런 것들을 잘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교수는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의 치료를 위해선 우선 ‘분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빨리 빠져나오게 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왜곡된 믿음 자체를 갈아엎어줄 수 있게 그 사람에게 결핍이 되어 있던 건 무엇인지, 그 사람이 혹시 정신병리를 갖고 있다면 해결해 줘야 될 정신병리는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파악하고 치료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비에 빠지지 않기 위한 대비책으로는 “어떤 순간에도 고립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위기일수록 사람들이 어디에 연결돼 있어야 한다. 나에게도 언젠가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주변에게 따뜻한 관심도 가져줘야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본인의 삶의 가치를 타인의 시선, 타인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사는 게 아니라 나의 행복에 가치를 두고 살 수가 있어야 된다”고도 했다.

끝으로 ”어디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며 “종교도 중요하고, 직장생활도 중요하고, 내 주변 사람도 중요하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균형감을 이룰 때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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