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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日관광객 내린 자리에 돈가방… 버스 기사가 들고 향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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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19일 172번 시내버스에 800여만원이 든 가방을 놓고 내린 일본인 관광객.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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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본인 관광객이 출국 당일 현금 800여만원이 든 가방을 잃어버렸다가 시내버스 기사의 도움으로 돌려받았다.

사연의 주인공은 172번 버스기사 이성문(55)씨다. 그는 지난 19일 오후 12시20분쯤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차고지로 돌아온 버스 안에서 누군가 놓고 내린 흰색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 안에는 5만원권 47장, 1만엔(약 9만9000원)권 47장 등 800만원 상당의 현금과 일본 여권, 비행기 표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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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일본인 관광객이 버스에 놓고 내린 현금 800여만원이 든 가방을 찾아준 172번 시내버스 기사 이성문씨/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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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서울 조계사 인근 정류장에서 일본말을 하며 짐가방을 들고 버스에 오르던 남성 2명을 떠올렸다. 이들은 한 정거장 뒤인 을지로입구역쯤에서 내렸다. 해당 분실물이 아까 본 일본인 관광객의 것이라고 직감한 이씨는 곧장 노원경찰서 민원실로 향했다. 물건을 잃어버린 외국인 관광객이 버스 회사에 직접 연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BS가 공개한 버스 CCTV 영상을 보면 일본인 관광객 중 한 명이 캐리어를 옆에 두고 흰색 손가방만 의자에 올려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남성은 잠깐 뒤돌아서 한눈을 팔더니 이내 손가방을 깜빡하고 캐리어만 들고 내렸다.

이씨는 경찰에 “외국인 관광객이 잃어버린 것으로 보이니 빨리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가방 안에서 호텔 숙박카드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 숙박업체에 일본인 관광객의 신원을 요청해 연락처를 구했고 오후 2시쯤 가방을 돌려줬다고 한다. 이 일본인들은 당초 23일 출국 예정이었으나 일본에서 아들 졸업식이 있어 19일 오후로 출국 날짜를 앞당긴 상황이었다고 한다.

출국 몇 시간 전 돈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은 이씨에게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일부 사례하겠다고 했으나 이씨는 거절했다. 이씨는 조선닷컴에 “사례금을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어서 필요 없다고 했다”며 “우리나라에 관광 온 일본인들이 좋은 인상을 받고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원경찰서는 지난 23일 이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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