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심각해 보이진 않지만 유난히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 있다. 그 자체로 죽을병은 아니지만 죽도록 신경 쓰이고 성가실 뿐만 아니라 생활 패턴까지 무너뜨린다.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대부분의 질환이 그렇다. ‘신경인성 방광’은 그중에서도 제때 치료받지 못할 경우 위험성이 가장 큰 질환에 속한다. 흔히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과민성 방광을 떠올리지만, 신경인성 방광은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 단순히 요실금으로 생각했다가는 신장이 망가져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인 질환은 척추디스크·뇌졸중 등
신경인성 방광 지속 땐 신장 붓기도
신부전·패혈증 등 심각한 문제 불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45만4986명이었던 신경인성 방광 환자 수가 2019년 56만2660명으로 증가했고, 2021년엔 62만329명으로 뛰었다. 최근 4년 새 36.3%가 늘어난 것이다. 통계상 신경인성 방광 진단·치료 부분의 급여화로 기존 사각지대에 있던 환자가 유입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작지 않은 규모와 증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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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질환으로 방광 신호 전달에 문제
신경인성 방광은 질환명이 암시하는 것처럼 신경학적 이상으로 방광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질환이다. 물론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차성 질환이다. 원인 질환이 따로 있다. 척수염, 척추 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다발성 경화증에서부터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방광과 관련 있는 신경이 이들 각종 신경 질환으로 인해 영향을 받아 이상이 생긴 결과가 바로 신경인성 방광이다.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오진규 교수는 “신경인성 방광은 신경학적 원인이 동반돼 배뇨 기능이 약해지는 경우를 통칭한다”며 “허리 디스크, 교통사고, 파킨슨병 등으로 배뇨 기능에 관련된 신경이 눌리거나 손상돼 결국 말초기관인 방광까지의 신경 회로가 끊어져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신경인성 방광의 증상에는 웬만한 배뇨 기능 이상이 포함된다. 갑자기 소변이 마려운 ‘요의’, 하루 8회 이상 소변을 보는 ‘빈뇨’, 야간에 수면 시 깨서 소변을 보는 ‘야간뇨’, 소변이 마려울 때 참지 못하고 나오는 ‘절박성 요실금’, 소변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마려운 ‘요절박’ 등이 주요 증상이다. 과민성 방광의 증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발생 과정과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과민성 방광은 말 그대로 방광의 감각이 과민해진 상태다. 배뇨 기능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반면에 신경인성 방광은 소변이 잘 안 나와서 생긴다. 오진규 교수는 “신경인성 방광은 소변이 100%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방광에 소변이 남아 있는 상태가 지속해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과민성 방광이 소변을 느끼는 감각이 문제라면, 신경인성 방광은 소변이 배출되지 않고 방광에 고여 있거나 넘칠 정도로 차 있는 게 문제다.
따라서 신경인성 방광이 지속하면 신장이 붓는 수신증이 생기고,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결국 신부전까지 오게 된다. 오 교수는 “(신경인성 방광으로) 소변 배출이 안 되면 방광이 밸브 역할을 하게 되면서 요관이 막힌다”며 “그러면 수신증이 오게 되고 아주 심하면 신부전까지 진행할 수 있다. 수신증은 머지않아 신부전이 온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신경인성 방광을 조기에 발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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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뇨 이상 땐 비뇨의학과 찾아야
하지만 조기 진단이 쉽지만은 않다. 증상만으로는 확실히 알기 어렵다. 나이 들어서 그런 걸 거라고 둔감한 경우가 많다. 특히 넘쳐서 겨우 찔끔찔끔 나오는 소변을 보호자 입장에선 환자가 정상적으로 소변을 보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게다가 원인 질환 자체가 노인 환자가 많은 질환 특성상 요양병원에서 생기는 환자가 적지 않지만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필수 인력에 포함되지 않아 조기에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신경인성 방광은 비뇨의학과 전문의 소견과 요역동학 검사라는 정밀검사를 통해 신경학적 원인에 의한 것인지 확진할 수 있다. 오 교수는 “신경인성 방광 등 노인 배뇨 문제는 신장 기능 악화로 인한 신부전·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사소한 증상이 나비효과처럼 큰 문제를 야기하는 질환인 만큼 바로 동네 비뇨의학과부터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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