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종합부동산세 폭탄 논란

종부세·법인세·반도체 세금 줄어 좋은데…세수 펑크 ‘빨간 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달 서울 시내 한 세무서에 종부세 분납신청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줄줄이 세금을 깎아준다니 일단 좋을지 몰라도, 나라 가계부엔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세, 법인세, 반도체 투자 등 정부의 감세 정책 얘기다. 경기 침체로 ‘세수(稅收)가 악화할 경우 정부가 기대하는 '낙수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18.61% 하락했다. 2005년 공시가격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종부세를 산정할 때 기초가 되는 공시가격이 내려간 데다 국회를 통과한 종부세 완화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돼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재산세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했을 때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은 2020년에 비해 20% 이상 감소한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 세수는 약 4조원 수준,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밝힌 보유세 부담 완화 목표인) 2020년은 1조5000억원 수준”이라며 “차액인 2조5000억 원 정도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날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산업에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K칩스법)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방안이 담겼다. 세제 혜택 대상인 국가전략기술 분야엔 기존 반도체 외에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미래형 모빌리티(이동수단), 수소 산업 등도 포함됐다. 정부는 K-칩스법 통과로 내년 3조6500억 원, 2025∼2026년에는 매년 1조3700억 원씩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가 하강 국면이라는 점도 세수 확보에 비상등을 켰다. 지난해 실적에 대해 납부하는 법인세가 대표적이다. 오는 31일까지 12월 말 결산하는 100만개 이상 회사가 2022년도분 법인세를 낸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수를 105조원으로 지난해(104조원)보다 올려잡았다. 올해 법인세를 1%포인트 내렸는데도 세수를 낙관했다.

문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 실적이 지난해 연말 예상보다 크게 악화했다는 점이다. 2020년 귀속분 법인세의 경우 매출 상위 1% 회사가 전체 법인세의 82.7%를 납부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 기업 실적이 부진한 영향이 올해 법인세수에 차차 반영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까지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경우 내년 법인세수도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법 개정에 따라 윤석열 정부 시절(2023~2027년) 세수가 연평균 12조9000억원, 5년간 64조4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세목별로는 연평균 법인세 5조5000억원, 소득세 4조9000억원, 종부세 1조1000억원, 증권거래세 2조2000억원, 기타 2000억원 등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당장 올초부터 심상찮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3월호’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국세 총 수입은 1년 전보다 6조8000억원 감소한 42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국세 수입 예산 대비 진도율(세수진도율)은 10.7%로 2005년 1월(10.5%)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실질적인 세수 감소가 발생한 것에 대해 정부에서도 계속 걱정하고 있다”면서도 “세수도 경기와 흐름을 같이하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세 수입에 비상이 걸리자 재정증권, 국고채 발행 가능성까지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 제외) 적자가 지난해 100조원, 국가 채무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선 만큼 나랏빚을 내면 재정 중독이 심화할 수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 부족을 만회하려면 종부세 관련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다시 80%로 올리고 유류세 인하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자제하고 무리한 재정사업을 조정해 국고로 환수하는 등 지출 부문에서 효율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가 바라는 낙수 효과(Trickle Down)를 내려면 감세가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 증가로 선순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규제와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