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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좋은 이웃이었는데...” 35번지 그 부부, 러시아 스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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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서 정체 숨긴 가족 검거

집안에서 엄청난 금액의 현금 발견

조선일보

러시아 스파이로 추정되는 가족이 살았던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의 집./가디언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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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체를 숨기고 일반적인 가족인 척 살고 있던 러시아 스파이들이 슬로베니아에서 검거됐다.

24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35번지의 보통 가족’이었던 러시아 스파이 용의자들이 슬로베니아에서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지난해 12월 초 마리아 메이어와 루드비히 기슈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두 사람의 자녀로 알려진 두 아이들은 사회복지시설로 인계됐다. 매체는 이들이 거주했던 집의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고 ‘35번지’로만 표기했다.

경찰은 이후 부부가 소유한 사무실을 수색했으며, 이곳에서 엄청난 금액의 현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2017년 두 자녀와 함께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 정착했다. 이웃들은 이들을 ‘아르헨티나에서 온 평범한 가족’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주변이웃들에게 “증가하는 거리 범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르헨티나를 떠나 유럽으로 이주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메이어는 온라인 아트 갤러리를, 기슈는 IT스타트업 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두 사람은 업무상 이유로 여러 국가를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집에서는 스페인어를 사용했고, 이웃들과 교류하는 등 사회적 활동을 할 때에는 영어를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슬로베니아어가 어려워서 그렇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가디언은 “아마 러시아 악센트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족을 알고 지냈던 이웃들은 모두 ‘그들은 평범하고 친절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웃들은 “아이들이 정원에서 스페인어로 소리를 지르며 노는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웃들은 이들이 체포됐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이웃은 “정원에서 두 아이가 뛰노는 것을 자주 봤다. 그 집에는 방문객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저는 스페인어를 잘 하기 때문에 메이어에게 스페인어 억양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도 “그들은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이었다. 간첩일 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 미디어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디언은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두 사람이 엘리트 러시아 스파이이며,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을 위해 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슬로베니아 당국이 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후 체포가 이루어졌다”며 “지난 23일 타냐 파욘 외무장관이 ‘체포된 부부는 아르헨티나인이 아닌 러시아 시민으로 밝혀졌다’고 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고 했다.

메이어와 기슈는 구금 기간 거의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두 사람의 구금 기간을 연장했으며, 슬로베니아 주재 러시아 대사를 조만간 소환해 이 사건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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