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라진 펫숍 운영자 일당
경기도 광주의 한 펫숍 운영자들이 지난달 돌연 잠적했습니다. 이 펫숍은 갈 곳 없거나, 더 이상 주인들이 키우기 힘든 강아지와 고양이를 맡아주는 임시보호소라고 홍보하던 곳이었습니다. 병든 동물들을 병원에 맡겨 치료하고, 좋은 가정으로 입양을 주선한다는 거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곳 운영자 김 모 씨 등 3명이 사라진 자리는 처참했습니다. 50여 마리의 동물들은 똥오줌과 사료가 뒤섞인 컨테이너에 방치됐다가 동물보호협회 관계자들에 의해 구조됐습니다. 하지만 구조된 동물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입양을 갔는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는 동물만 수십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취재 과정에서 펫숍 내부 CCTV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핏불이 마르티즈를 물어 죽이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제대로 관리됐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도 김 씨 일당은 방관했습니다. 영상 편집 과정에서 사회부장에게 "이 영상,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쓰면 안 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부장은 "반려동물은 누군가의 가족이야. 당연히 모자이크 처리해야 한다. 사람 영상이라고 생각하고 편집하자"고 답했습니다. 누군가의 가족이 사체로 발견된 처참한 현장을 지난 20일 보도했습니다. 그곳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취재파일로 전합니다.
양심과 인간성마저 묻어버린 펫숍 일당
A 씨는 해변에서 구조한 고양이를 이곳에 맡겼습니다. B 씨는 직접 키우던 강아지를 더 이상 키우지 못해 다른 가정에 입양 보내기 위해 맡겼습니다. A 씨의 고양이와 B 씨의 강아지는 버려진 펫숍에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처럼 반려동물을 찾지 못한 피해자는 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한 달 동안 지역의 다른 동물 병원과 야산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행방을 쫓았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다 피해자들은 '혹시나', '설마'하는 마음으로 펫숍 인근 공터 땅을 팠습니다. 채 5cm도 파기 전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된 겁니다. 묻힌 지 적어도 한 달은 지났을 사체에는 여전히 시뻘건 피가 흘렀습니다. 한 강아지는 눈을 뜬 채로 묻혀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있었습니다. 사체를 발견한 피해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연신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만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B 씨의 강아지는 인근 쓰레기장에서 사체로 발견됐습니다. 플라스틱 가방에 담겨 쓰레기 더미 속에 버려졌습니다. 강아지의 몸과 가방 안쪽은 피범벅이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핏불에 물려죽은 마르티즈가 B 씨의 강아지입니다. 핏불도 쓰레기장에서 발견됐습니다. 핏불의 사체는 삐적 말라 있었고,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손상돼 있었습니다. B 씨는 "핏불이 저희 아이를 물어 죽이니까 김 씨 일당이 화풀이를 한 것 같다"라며 "(핏불의) 머리 부분은 보면 그냥 죽은 게 절대 아니다. 사람이 때려죽인 거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에게 동물은 돈이었다
김 씨는 동물보호법 위반뿐 아니라 사기 혐의도 받습니다. 피해자들이 동물들을 잘 맡아달라고 돈을 냈는데, 그대로 도주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입소비 명목으로 90~100만 원을 받았습니다. 도로에서, 주택가에서 유기묘와 유기견을 구조한 피해자들은 본인들이 직접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일당에게 맡겼습니다. 좋은 주인을 찾기 바라는 마음에 사비를 들여 입소비를 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당은 SNS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며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모았습니다. 마땅히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고민했던 피해자들은 일당의 말에 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해자 C 씨는 "케이지가 아닌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보호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입양을 보낸다고 해서 믿고 맡겼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추가적으로 피해자들에 거액의 병원비도 요구했습니다. 실제로 동물들이 아팠는지, 병원 치료는 제대로 받았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피해자 A 씨는 병원비와 약값 등의 명목으로 총 2천만 원이 넘는 돈을 뜯겼습니다. 누군가는 A 씨를 비난하겠지만, A 씨는 그저 자신이 구한 고양이에게 사람으로서 책임을 지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A 씨가 해변가에서 구조한 고양이 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A 씨는 "내가 바닷가에서 구한 아이니까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A 씨가 맡긴 고양이의 행방은 알 수 없습니다. A 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구조하지 않았을 텐데, 너무 후회된다. 펫숍이 지옥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온라인에서 가져온 다른 강아지 원본 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 씨 일당은 이미 죽은 동물의 사진을 살아 있는 것처럼 합성해 피해자들에게 병원비 등을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온라인에 떠도는 비슷한 견종의 사진에 얼굴만 합성하는 식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맡긴 아이들이 잘 지낸다고 믿었습니다. 그런 애들이 땅에 묻힌 채로 발견된 겁니다.
2019년부터 수배됐는데, 어떻게 펫숍을 운영했나
취재 결과 주범인 김 씨는 지난 2019년부터 사기 혐의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인들에게 돈을 빌린 뒤 오랜 시간 동안 갚지 않자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한 겁니다. 경찰은 김 씨를 사기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수차례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으나, 김 씨는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때부터 수배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김 씨는 그동안 가명 뒤에 숨어 살았습니다. 2019년 사기 때는 '이○○'으로 살면서 돈을 빌렸고, 이번 펫숍 사건에서는 '김○○'이란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이름을 공개해야 할 때는 다른 일당을 내세웠습니다. 김 씨에게 펫숍을 임대 내줬던 땅주인은 "사장(김 씨)에게 계약 때문에 신분증을 달라고 했더니, 신분증을 안 보여줬다. 결국, 다른 직원 이름으로 계약했다. 사장 이름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범죄 수익도 김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의 계좌로 들어갔습니다. 그 어디에도 김 씨의 실명으로 돈을 받은 기록은 없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도 김 씨가 남긴 흔적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펫숍에는 다른 일당이 도주하면서 남긴 옷과 수첩, 사진 등 개인 물품이 있었지만 김 씨의 물건은 없었습니다. 다른 일당은 개인 SNS도 있었지만 김 씨는 마치 ' 유령'과 같았습니다. 언제 찍은 지 알 수조차 없는 증명사진 한 장이 김 씨를 추적할 유일한 단서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못 찾나? 안 찾나?
피해자들은 어제(25일) 펫숍이 있는 인근 공터에 다시 모였습니다. 아직 실종된 아이들이 많기에 이번에는 굴착기까지 동원해 추가 수색에 나섰습니다. 얼마나 많은 강아지와 고양이 사체가 더 나올지 겁이 납니다. 그동안 펫숍을 거쳐 간 아이들이 입양을 간 것은 맞는지, 아니면 아무도 모르게 땅에 묻어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문투성이인 이 사건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일당을 잡아야 합니다. 경찰은 일당 3명을 모두 지명수배 중입니다. 이들은 함께 지방으로 도주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흔적은 이미 오래전에 끊겼습니다. '도주 유경험자' 김 씨가 있기 때문에 이들은 철저히 수사망을 피해 숨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살인범이나 절도범처럼 당장의 피해가 있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일당이 휴대전화 전원을 켜기만,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만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공성근 기자(402@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