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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젤렌스키에 '필승 주걱' 선물한 기시다…"부끄럽다" 日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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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1년 9월 '필승'이라고 적힌 대형 주걱(샤모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일본 닛칸스포츠 캡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선물한 이른바 ‘필승 주걱’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부끄러운 선물’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일본 매체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주걱을 선물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상회담 후 진행된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히로시마현 이쓰쿠시마에서 제작된 50㎝ 크기의 주걱(샤모지)과 종이학을 모티브로 만든 램프 등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선물한 약 50㎝ 길이의 대형 주걱은 히로시마 특산물로, 기시다 총리의 서명과 함께 ‘필승’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러일전쟁과 청일전쟁 당시 일본 군인들이 주걱을 이쓰쿠시마신사에 봉납하면서 유명해졌고, 주걱으로 밥을 먹듯이 ‘적을 잡아먹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승리를 기원하는 상징물로 알려져 있다. ‘행운과 복을 퍼담는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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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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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이번 선물을 두고 “부끄럽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샤모지를 이번에 일본 야구 대표팀에 주면 상관없지만, 전쟁 중인 나라의 대통령에게 선물하는 것은 센스가 없다”면서 “샤모지는 1000마리의 종이학 같은 선물로 일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곤란한 선물”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에서 1000마리의 종이학은 행운을 가져다주고 아픈 이들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여겨지는 선물이다. 지난달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당시에도 일본에서 종이학을 접어 보내려는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일각에선 기시다 총리가 선거 운동을 위해 이런 주걱을 선물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렌호 참의원은 트위터에 샤모지 선물과 관련 기사를 첨부하며 “선거와 전쟁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소속 스기오 히데야 의원 또한 트위터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이게 진짜일까?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이던 지난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도 한일수교 50주년 로고가 새겨진 히로시마산 샤모지를 선물한 바 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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