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참치캔, 포일 만들다… ‘배터리 기업’으로 화려한 변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중심으로 원통형 배터리가 주목을 받으면서, 배터리 캔(용기), 알루미늄 양극박 등을 생산하는 국내 ‘2차전지 메탈’ 기업들의 변신이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TCC스틸, 상신이디피, DI동일, 삼아알미늄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과거 참치나 음료수 캔, 요리에 쓰는 쿠킹 포일(foil·금속을 종이처럼 얇게 펴서 만든 것)을 생산했지만, 금속 코팅과 가공 기술력을 활용해 배터리 내용물을 담는 캔 용기를 생산하거나 배터리 내에서 전류를 전달하는 양극박 시장에 진출하면서 디지털 전환 성공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식음료를 담는 캔 내부에 부식 방지를 위해 주석을 코팅했다면, 배터리에는 마모나 부식에 강하고 산화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니켈로 코팅하는 식이다.

조선비즈

테슬라가 개발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80'모델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참치캔 만들다 ‘배터리 캔’ 신사업 진출

2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TCC스틸은 작년말 9000원대이던 주가가 올해 들어 배가 넘게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식음료 캔을 생산하던 TCC스틸이 2차 전지 소재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기업 가치가 오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TCC스틸은 1959년 설립된 국내 최초 주석도금강판 기업으로 식음료, 통조림, 페인트 등의 포장 용기 캔을 생산해왔다. 2001년에는 국내 최초 니켈도금강판을 개발해 2009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에 원통형 배터리용 니켈도금강판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조선비즈

TCC스틸 주요 제품 /TCC스틸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TCC스틸은 국내에서 유일한 니켈도금강판 공급 업체다. TCC스틸은 지난해 1월부터 총 1105억원을 투자해 포항공장에 니켈도금강판 전용설비를 증설 중이다. 증설 공사가 완료되면 설비능력은 기존 7만톤(t)에서 20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는 올해 7월부터 가동될 전망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형 캔을 만드는 상신이디피도 비슷하다. 이 회사는 1992년 설립됐으며, 현재 매출액의 약 90%를 삼성SDI가 차지하고 있다. 노트북·전동공구 등에 사용되는 원형 캔과 전기차에 사용되는 EV CAN,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2차전지에 사용되는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20년 자동차부품 사업 부문을 중단하고 2차전지 부품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상신이디피는 삼성SDI 헝가리 공장에 납품할 배터리 캔과 함께, 헝가리 괴드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했다.

조선비즈

소형 원형 전지부품 /상신이디피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쿠킹포일에서 2차 전지 ‘양극박’으로

주방에서 널리 사용되는 쿠킹포일 사업을 하면서 쌓은 알루미늄 가공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 분리막 사업에 진출한 기업도 있다. 섬유 기업으로 유명한 DI동일은 1989년 자회사인 동일알루미늄을 설립해 알루미늄박 제조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간 식품·약품 포장재, 냉동공조용 알루미늄 포일 등을 생산해왔다. 또 DI동일의 계열사인 동일드방레는 섬유소재사업도 하는데, 악어 로고로 유명한 의류 브랜드 ‘라코스테’의 수입사이기도 하다.

조선비즈

/동일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알루미늄 양극박은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내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통로의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알루미늄을 20㎛(1미크론은 1 ㎜의 1000분의 1) 이하의 박 형태로 매우 얇게 가공해 만든다. 이 과정에서 알루미늄이 끊어지지 않고 두께를 균일하게 유지해야 해서 최첨단 압연 기술이 필수적이다.

동일알루미늄은 국내 최대 2차전지용 알루미늄박 제조업체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가 모두 고객사다. 충남 천안 공장에 4개 라인이 가동 중이고, 올해 2분기에 한 개 라인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 독일 알루미늄박 생산기계업체 아켄바흐(Achenbach)와 압연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조선비즈

삼아 쿠킹호일 /삼아삭스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아알미늄은 1969년 설립 이후 대한민국 최초로 쿠킹포일과 같은 종이형 알루미늄을 생산해왔고, 30% 이상의 국내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이후 신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알루미늄박 시장에 진출해 LG에너지솔루션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삼아알미늄은 1200억 규모로 진행한 유상증자에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가 참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조일알미늄도 DI동일, 삼아와 함께 사업 구조를 알루미늄 포일에서 배터리로 재편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조일알미늄은 배터리용 양극박 핵심 원재료인 알루미늄 판재를 동원시스템즈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동원시스템즈도 동원참치용 통조림 캔과 포장재를 만든 노하우를 바탕으로 배터리 캔과 양극박을 개발해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 일론 머스크 ‘원통형 배터리’ 사랑... GM도 원통형 관심

전문가들은 원통형 배터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들 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통형 배터리는 주로 테슬라가 전기차에 적용하는 배터리 타입이다.

보통 전기차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원통형, 파우치, 각형으로 구분된다. 원통형 배터리는 둥근 몸체 덕에 전극을 돌돌 마는 ‘와인딩’ 방식의 제조가 가능해 생산 속도가 파우치나 각형과 비교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비용과 시간을 감안한 제조 효율을 따질 때 원통형이 다른 제품보다 4배가량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LG에너지솔루션(왼쪽)과 삼성SDI(오른쪽)의 원통형 배터리 모습 /각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지난달 게임 체인저로 불려온 ‘4680배터리’ 양산에 성공하면서 원통형 배터리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4680배터리는 지름 46㎜, 높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원통형 배터리는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주로 사용됐지만, 테슬라가 전기차로 사용처를 넓히면서 배터리 크기와 용량을 2배 이상으로 키운 것이다.

최근 파우치 타입 배터리를 쓰던 GM도 원통형 배터리를 수급하기 위해 삼성SDI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이달 말부터 천안공장에 46파이(Φ·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생산 장비를 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까지 설비를 갖춘 후 시험생산 및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삼성SDI의 설비는 테슬라가 탑재를 선언한 4680뿐만 아니라 여러 규격에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4680 배터리를 채택하면 원통형 배터리 시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며 “원통형 배터리 캔이나 알루미늄막 관련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