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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경찰 소환 미루는 유아인… 저버린 공인의 무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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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 씨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곧바로 유 씨의 모발 채취에 나섰습니다. 프로포폴 외 다른 마약 성분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 씨의 미국 출국 기록을 확인한 경찰은 2월 5일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유 씨 매니저와 지인 등을 확인한 뒤 유 씨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습니다. 해당 영장에는 모발과 소변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인천공항이 공개된 장소라는 점을 고려해 경찰은 유 씨를 경찰서로 동행한 뒤 모발을 채취하고 소변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모발 정밀 감정 결과, 프로포폴 성분과 함께 대마, 케타민, 코카인 등 여러 마약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왜 중요한데?



대중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 배우가 치료나 미용 목적일지라도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사실만으로 비난받을 소지는 충분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코카인 성분을 비롯해 케타민, 대마 성분까지 검출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공인의 중대한 범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는 확대됐습니다. "미용‧치료 등 목적이었다"라는 취지의 논리를 세우려던 유 씨 측 입장에서는 굉장히 난처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카인은 특히 투약 시 환각‧중독성이 매우 강해 '3대 마약'으로 불릴 정도입니다.

좀더 설명하면 - 경찰의 '창'과 유아인의 '방패'…입증의 싸움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은 유아인 씨 본인도 경찰 조사에서 투약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고 경찰이 확보한 식약처 자료와 병·의원 관계자 진술 등으로 볼 때 충분히 입증이 가능한 영역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 말고 구체적으로 유 씨가 '프로포폴 외 마약 성분 투약'과 관련해 언제(시점), 어디서(장소), 얼마나(빈도수), 누구와(공범 여부)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규명해 내는 것입니다. 기소를 전제로 수사한다는 가정 하에 이러한 3가지 요소는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하는 데에 핵심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경찰은 유 씨 모발을 채취해 국과수에 특별히 '구간 감정'을 맡겼습니다. (경찰이 유 씨 신체에 대한 영장을 집행하며 모발을 채취할 당시 유 씨 모발은 상당히 길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삭발 머리는 아니었던 겁니다.)

'구간 감정'의 개념이란 말 그대로 2cm~3cm 단위로 모발을 잘라 모발을 구간 별로 감정하는 것입니다. '전체 감정'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시일이 소요되고 그만큼 인력도 더 필요합니다. 국과수 모발 감정에서 모발 전체에 대한 감정을 실시하는 것은 투약 성분 검출 유무 정도만 확인하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구간 감정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감정 결과, 모근으로부터 3cm 이내 지점의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면 3개월 이내에 투약한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유력한 정황 증거일 뿐이기 때문에 다른 디지털 증거나 진술 등으로 투약 시기와 장소 등을 특정해 내는 건 수사 기관의 몫입니다.

경찰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2월 초부터 3월 말에 이르기까지 거의 두 달에 걸쳐 수사를 벌여왔습니다. 수사 보안을 명분으로 가진 패(霸)를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곧 경찰 조사에 임하게 될 유 씨 측도 경찰이 어떤 패를 드러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걸음 더 - 자택 압수수색 시점은 적절했나



경찰은 이를 위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유 씨 거주지 2곳(한남동 및 이태원동)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며 본격 강제 수사에 나섰습니다. 주요 피의자 소환 전 통상적으로 필요한 절차이기는 하지만 마약 성분 검출 한 달 만에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니 '빠르고 적확했다'라고 평가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사실 경찰은 더 이른 시점에 유 씨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지만 법원에서 '개인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한 차례 기각된 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후 경찰은 법원 문턱을 넘기 위해 유 씨 자택에 대한 강제 수사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습니다. 이때 경찰이 내세웠던 게 일명 '이온(ion) 스캐너'라는 마약 간이 검사 장비의 감정 결과였습니다. 경찰은 2월 5일 유 씨 일행이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할 당시 '이온 스캐너' 장비로 유 씨 신체 일부에 대한 간이 검사를 실시했는데, 이상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러한 점을 들어 법원에 자택 수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해 달라고 피력했습니다. 자택에 관련 물증이 있을 수도 있다고 경찰은 추정했을 겁니다.

경찰은 유 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마약 투약 의심 장소 후보지'를 추려나가며 특정하려고 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주사기 등 관련 도구도 확보하는 걸 목표로 영장을 집행하려 했습니다. 경찰은 3월 7일 유 씨 자택에서 마약 투약 의심 기구 등을 수색했지만, 목표했던 대로 마약 투약과 관련된 물품을 압수하지는 못했습니다. 못 찾은 것인지 정말 없었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기기와 개인물품을 가져간 게 전부였고 여기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관계 당국 관계자는 "이온 스캐너의 이상 반응만을 근거로 마약 투약을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 물품을 압수해 감정을 맡긴 것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인 물품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라고 밝혔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유 씨의 투약 시기와 장소 등을 특정해 내느냐는 건 유죄 입증의 확실한 도구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지 특정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유 씨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심 - 공범 여부에 대한 판단은



경찰은 유 씨의 마약 투약을 돕거나 방조하는 등 공범으로 의심할 만한 관계에 있는 인물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찰은 지난 달 초 유 씨 소변 검사 결과 대마 양성반응이 나왔던 만큼 지난 달 5일 인천공항 입국 당시 일행으로 함께 있던 측근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마쳤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유 씨 매니저와 국내 명문대 출신 미술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은 아직 참고인 신분이지만 경찰이 유 씨에 대한 소환 조사 과정에서 유의미한 진술 등을 확보할 경우 경찰은 이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유 씨의 마약 투약 및 입수 경위도 파악 중인데, 마약 조직에 연루된 정황은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았고 유 씨가 개인적으로 입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 여론 외면하고 출석 일정 연기



유 씨는 출석을 하루 앞둔 23일, 경찰에 소환 일정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유 씨 측은 기자단에 입장문을 배포하고 "엄홍식 씨 소환 일정은 사실상 공개소환이 됐다"라며 "이는 관련 법규에 위배된다. 변호인단도 불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출석 조율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명 '픽스된 일정'을 변경하겠다고 나서니 적잖이 난처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종의 수사 지연 전략"이라면서도 "체포영장 등을 통한 신병 확보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 그는 최고 위치에서 왜 마약에 굴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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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전 대한민국이 가진 마약 청정국의 지위가 박탈될 우려가 크다는 기사가 쏟아지던 시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마약 투약 관련 사건은 발생 건수를 집계하기 힘들 정도로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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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우 기자(ga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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