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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스페셜리포트]'꿈의 배터리' 전고체,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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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배터리 대표주자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적인 특징은 화재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 핵심 동력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외부 충격 등에 의한 화재 가능성이 결정적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꺼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배터리와 완성차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 투자를 강화하는 배경은 안정성 확보에 있다. 화재 위험이 없고 오래 쓸 수 있으면서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배터리가 나오면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은 또 다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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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보다 진화한 '전고체'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뛰어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2026년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고분자 전고체는 고분자계 폴리머 전해질을 사용한 것을 뜻한다. 고분자 전고체는 기존 양산 공정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상 난도가 황화물보다 낮아 단기간 내에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터당 650Wh 고분자 전고체 배터리에 이어 에너지 밀도를 두 배 끌어올린 900Wh 이상의 황화물 전고체 배터리를 순차적으로 상용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황화물계 전고체는 니켈 기반 양극재에 실리콘 음극재, 도전재, 바인더 등 적용해 에너지 밀도를 올리면서 이온 전도도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셀당 에너지 밀도를 리터당 900Wh 이상으로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SDI는 황화물 기반 고체전해질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주행 거리는 500㎞ 수준이다.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로 전기차 주행 거리를 900㎞로 높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리터당 에너지 밀도를 기존 대비 두 배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황화물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SDI는 전고체에 한정된 공간에 에너지 밀도를 성능을 높이기 위해 리튬메탈 소재를 사용했다. 메탈 소재에서 생길 수 있는 단점(덴드라이트 현상)을 막기 위해 은나노 기반 탄소복합체 적용을 계획 중이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에서 “리튬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리터당 450Wh 수준”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900Wh 이상이 목표”라고 말했다.

SK온은 LG·삼성 대비 후발 주자로 분류되지만 전고체 배터리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를 2020년대 후반대로 계획했다. 에너지 밀도를 930Wh까지 높이면서 주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황화물 전고체 배터리의 완성차 공급이 목표다. 최경환 SK온 차세대 배터리연구센터장은 “SK온 배터리는 리터당 에너지 밀도가 600Wh 수준 단계”라며 “하이니켈 양극재에 실리콘 음극재를 동시에 적용해 전고체 에너지 성능을 930Wh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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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와 리튬이온 배터리 이미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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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 소재 확보 총력

지금까지 배터리는 액체 상태의 유기성 전해질을 사용했다. 기존 전해질을 배터리에 그대로 사용하면 화재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전해액 소재를 황화물계, 고분자계 등 전해질 소재를 사용하면서 배터리 충방전 성능을 높이는 기능성 소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그룹 계열사나 기존 협력사를 중심으로 고체 전해질, 리튬메탈 음극재 등 신소재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주영 부사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업체 혼자만 잘해서 완성될 수 없다”며 “소재, 부품, 장비 업체와 개발을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해액 대체재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이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황화물 전해질은 전고체의 이온 전도도를 개선하는 역할의 소재다. 포스코제이케이(JK)솔리드솔루션이 개발한 전해질이 대표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이다.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은 포스코와 삼성의 협력사인 정관이 합작한 고체 전해질 전문 소재 업체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액 생산 규모는 10톤 남짓이다.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제품 테스트 단계에 있다.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은 삼성SDI와 국책 과제 소재 개발 방식으로 황화물계 전해질 제품에서 협력하고 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솔브레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에코프로비엠 등 기존 소재 협력사와도 신소재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메탈 음극재는 전고체 에너지 밀도를 개선하는 소재다. 흑연 대신 리튬메탈 금속 기반의 음극재를 사용하면 셀당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다. 때문에 포스코케미칼, 한국메탈실리콘, 대주전자재료 등 전문 소재 업체와 협력이 검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LG, SK는 그룹 내 소재 계열사와 협력을 기반으로 배터리 성능을 올리거나 제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장비, 부품을 개발하거나 셀뿐 아니라 모듈, 팩 제조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기술 개발이 고려되고 있다. 미래컴퍼니, 씨아이에스 디에이치 등 국내 장비 업체가 손잡고 전고체 배터리 장비 개발하는 사례도 추진되고 있다.

◇왜 전고체인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과 같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업체들을 중심으로 폭풍 성장했다. 국내 3사 외에도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도 마찬가지다. 테슬라, GM, 포드 등 완성차 회사들의 구애를 받으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안정성과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주목 받지만 아직 누구도 상용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완성차 업계에서는 '게임체인저'로서 주목하고 있다. 즉,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업체에 종속되지 않고 배터리 공급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경쟁이 불붙고 있다.

실제로 토요타, 제너럴모터스(GM), 현대자동차 등은 전고체 배터리를 직접 개발하거나 글로벌 배터리 업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토요타는 일본 배터리 업체 파나소닉과 배터리 합작사를 세웠다. 합작사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파나소닉의 배터리 인력이 합작사로 이동해 생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기존 배터리 업체들은 차세대 전기차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한화, 롯데 등 대기업도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미국 전고체 배터리 소재 기업에 10% 지분 투자를 확정하기도 했다. 롯데는 전고체 소재 쪽 투자를 진행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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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7일 삼성SDI 수원 사업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 천안 캠퍼스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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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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