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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영풍제지 인수한 대양금속 정순규 사장 “불량률 23%서 1%로 뚝 떨어진 비결은? QSS”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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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업체가 제지 회사를 품 안에?

지난해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재계 반응은 대체로 의아했다. 얼핏 보면 철강과 제지는 무관한 사업이라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인수 이후 다양한 경영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영풍제지 체질이 달라지는 중이다. 대양금속과 영풍제지 두 회사 CEO를 맡아 경영 혁신을 이끄는 정순규 사장(60)을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정 사장은 포스코 스테인리스 판매 담당 상무, 베트남 법인장 등을 맡아온 철강업계 베테랑이다. 포스코 출신답게 대양금속, 영풍제지 수장을 맡은 뒤 포스코 QSS를 비롯한 다양한 경영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해 실적 개선에 힘쓰는 중이다.

Q. 경영 혁신을 위해 포스코 QSS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어떤 프로그램인지.

A. QSS(Quick Six Sigma)는 6시그마 즉 100만개 가운데 3~4개 불량품을 내는 정도의 품질 혁신 기법 장점을 모아 만든 포스코의 현장 혁신 활동이다. 주로 중소기업에 적용해 원가 절감, 품질 개선 효과를 내는 데 쓰인다.

QSS는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공장 현장을 청소하고 정리, 정돈하는 프로그램으로 6개월이 소요된다. 2단계는 공장 현장 담당자에게 ‘마이 머신(My Machine)’ 운동을 진행하면서 각자에게 기계 하나씩을 할당한다. ‘내 설비는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마치 개인이 소유한 기계처럼 관리하도록 하는데 역시 6개월간 진행된다. 3단계는 마이 머신 관리를 넘어 주요 설비, 현장의 문제점을 분석해 대안을 찾고 개선하는 6개월짜리 활동이다.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총 1년 6개월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Q. QSS 도입으로 효과를 봤나.

A. 2020년 대양금속 사장으로 부임할 당시 공장 내 환경이 정말 좋지 않았다. 쓰레기나 과자 봉지, 담배꽁초가 널려 있고 바닥에는 흙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더러운 환경이 공장 생산성에 얼마나 문제를 주나 싶지만 실제로는 대단한 영향을 미친다. 생산 품질에 악영향을 주면서 대양금속 강판 불량률이 23%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경쟁사가 6% 수준인 것과 비교해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QSS를 도입해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낭비, 비효율을 없앤 뒤에는 불량률이 1%로 떨어졌다. 대양금속 제품은 주로 삼성, LG전자 냉장고나 세탁기, 식기세척기 표면재로 쓰이는데 흠이 하나라도 있으면 주부들은 절대로 구매하지 않는다. 그만큼 엄격한 품질 관리가 중요한데 불량률이 떨어지면서 품질을 인정받아 최고급 가전제품에 주로 납품하게 됐다. 국내 가전 업체뿐 아니라 유럽 가전사 러브콜까지 받아 주문이 밀려드는 중이다. 경기 불황으로 경쟁사들은 공장 가동률이 60%를 넘기기 어렵지만, 대양금속은 주문이 밀려 공장을 100% 가동한다. 주문이 몰릴 때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기업으로 물량을 넘겨야 할 정도다.

QSS 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할 당시에는 직원 반발이 정말 컸다. 일하는 것도 바쁜데 무슨 청소, 환경 정리까지 해야 하냐며 불만이 쌓여갔고, 군대식 프로그램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성과가 좋으니 다들 반응이 좋아졌다.

매경이코노미

1963년생/ 연세대 기계공학과/ 영국 맨체스터대 MBA/ 포스코 스테인레스 판매 담당 상무/ 포스코 SS VINA(베트남 법인) 전무/ 2020년 대양금속 사장(현)/ 2022년 11월 영풍제지 사장(현)


대양금속은 1973년 설립돼 50여년간 스테인리스 관련 제품을 생산해온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2549억원, 영업이익 137억원을 기록했다. 대양금속은 지난해 11월 영풍제지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큐캐피탈로부터 지분 50.51%를 1289억원에 인수해 제지업에 진출했다.

Q. 영풍제지를 인수한 배경은.

A. 영풍제지는 사모펀드 큐캐피탈에 인수된 이후 제조라인 투자가 거의 없었다. 제지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실적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결국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마침 대양금속이 신사업 진출을 위해 적당한 인수합병(M&A) 대상을 찾고 있었는데 IT, 바이오 업체 매물이 주로 많았다. ‘굴뚝 산업이 아니면 뛰어들지 않겠다’는 원칙이 있어 고민하다 어느 날 영풍제지 인수 제안을 받았다.

13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들여 영풍제지를 인수한 것은 그만큼 골판지 시장 전망을 밝게 봤기 때문이다. 영풍제지는 골판지 원지인 라이너지 생산에 주력해온 업체다. 일반 종이 시장은 극심한 침체에 빠졌지만, 골판지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택배 상자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전망이 밝다.

철강업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철강과 제지 모두 장치 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설비 관리가 공장 운영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공장 운영 체질을 개선하면 영풍제지도 경영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 대양금속에서 했던 것처럼 영풍제지 공장에도 QSS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중이다.

Q. QSS 외에도 경영 방식에 다양한 변화를 줬는데.

A. 영풍제지 공장 설비와 정비 관리를 통합 운영해 생산 경쟁력을 높였다. 대양금속에서 근무했던 전기 설비 등 핵심 기술진이 영풍제지로 옮겨 가 통합 관리, 기술을 지원하고 핵심 기계 부품도 양 사가 공유했다. 이를 통해 제조 과정에서 잘못된 점, 불합리한 점을 찾아 설비 정상화에 나섰다.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주력했다. 주요 고객사를 다니면서 그동안 품질, 납기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인터뷰를 하고, 경쟁사 제품과의 비교 평가 작업도 진행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했다. 그동안 써왔던 화학약품 등 부자재 품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공장 운영에 맞는 자재를 공급해주는 회사도 계속 발굴하는 중이다.

구매 업무 혁신에도 힘썼다. 과거에는 구매 과정이 불투명해 구매 담당자가 아닌 경영자가 근거 없이 핵심 부품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투명화했다. 공정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구매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했다. 또한 판지 분야 경력만 30년이 넘는 베테랑을 스카우트해 판지 사업 총괄 임원을 맡기는 등 변화를 줬다.

Q. 영풍제지를 어떤 기업으로 키울 계획인지.

A. 영풍제지가 투자를 게을리한 사이에 제지업계 경쟁사들은 덩치가 훨씬 커졌다. 메이저 업체 연간 매출이 5000억원이 넘는다. 무작정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 영풍제지가 강점을 가진 분야를 키울 생각이다. 가벼운 종이 대신 경쟁사들이 소홀히 해온 강도 높고 무거운 종이 시장을 공략해 차별화할 계획이다. 골판지 생산 수직 계열화를 통해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고 사업 계획을 즉각적으로 수립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에 나서는 중이다. 고강도 제지를 친환경 포장지로 활용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도 시작한다.

Q. 대양금속과 영풍제지를 모두 경영하기에는 벅차지 않나.

A. 대양금속 공장은 충남 예산, 영풍제지는 경기 평택에 위치했다. 일주일에 두 공장을 모두 돌고 서울 여의도 사무실도 방문하려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할 일이 많다. 대양금속 사장 부임 이후 연매출을 1400억원에서 2500억원 수준으로 늘렸는데, 향후 3000억원까지 키울 생각이다. 3000억원을 돌파하면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영풍제지 역시 경영이 안정되면 우량 판지 회사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 제지업계 대표 주자로 도약시키는 것이 목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1호 (2023.03.22~2023.03.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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