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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장호권 광복회장은 왜 ‘모형총’을 꺼내 들었나 [법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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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정지된 광복회 회장입니다.”

22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315호 법정, 장호권(74) 광복회장이 ‘직업은 무엇이냐’고 묻는 판사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장 회장은 지난해 5월 신임 광복회장으로 선출된 지 약 5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직무가 정지됐다. 광복회 일부 회원들은 장 회장이 당선을 위해 몇몇 회원에게 지위를 약속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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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총으로 회원을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호권 광복회장이 22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협박 혐의 1차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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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회장은 이날 이와 별도의 일로 형사재판 법정에 섰다. 특수협박 혐의다. 장 회장은 지난해 6월 22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 있는 광복회장실에서 BB탄 권총을 꺼내 광복회원 이모씨를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씨는 회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얘기를 나누던 중 장 회장이 권총을 꺼내 위협했다며 고소했다. 경찰은 장 회장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도 장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장 회장 측은 BB탄 권총을 꺼낸 건 맞지만 이씨에게 권총을 겨눈 적은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또 이씨가 2021년 광복회장실에서 난동을 피운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사건 당시 몸싸움을 하던 장 회장이 권총을 꺼내든 건 방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장 회장 변호인은 “피해자와 피고인이 언성을 높여서 충돌행위를 한 사실은 있지만,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을 꺼내서 협박했다거나 해악을 고지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씨의 과거 행적도 언급했다. 변호인은 “피해자는 2021년 6월 김원웅 전 광복회장이 재직할 때 회장실의 닫힌 철문을 발로 차고 난입해 명패 등을 손괴했다. 또 준비해온 2리터의 인분을 뿌리는 난동을 부린 자”라며 “해당 사실로 항소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은 “피고인 행위는 누군가에게 해악을 고지하려던 행위라기보다는 해악을 가하려는 자에게 그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 방어행위이기 때문에 민법상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몸싸움 도중에 가방 쪽으로 가서 BB탄 권총을 꺼낸 건 맞지만 사무총장이 말려서 다시 집어넣었고, 해악의 고지를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변호인은 “맞는다”고 했다.

검찰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피해자 이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장 회장 측도 당시 장 회장을 말렸다고 하는 임병국 광복회 사무총장과 김원웅 전 회장 시절 이씨와 함께 사무실에 난입한 광복회원 A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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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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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공판기일은 4월 28일로 잡혔다. 해당 공판기일엔 피해자 이씨가 출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한다. BB탄 권총 협박 사건의 실마리는 다음 공판부터 조금씩 풀릴 것으로 보인다.

장 회장은 독립운동가 고(故) 장준하 선생의 장남이다. 장준하 선생은 1918년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광복군과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며 독립운동을 했다. 해방 후에는 박정희 정권 유신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민주화운동 인사다. 그는 유신헌법 개정을 주장하며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다가 1974년 긴급조치 1호의 최초 위반자로 지목돼 영장 없이 체포·구금됐고,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12월 협심증에 따른 형집행정지로 석방됐지만 이듬해인 1975년 8월 경기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의 사고로 사망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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