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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학점 받고 싶으면 먹어”... 학생들에 억지로 ‘벌레’ 먹인 美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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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유타주의 한 중학교 교사 킴 커틀러(오른쪽)가 학생들에게 제공한 벌레. /트위터


미국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벌레 먹기’ 과제를 내 도마 위에 올랐다. 표면적으로 강제성은 없었지만, 벌레를 먹어야 추가 학점을 줬기 때문에 강요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의 한 중학교 교사 킴 커틀러는 최근 기후 변화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벌레를 나눠준 뒤 먹어보라는 과제를 냈다. 소가 메탄가스를 배출해 환경오염의 주원인으로 꼽힌다며 대체 식품으로 벌레를 먹어보라는 취지였다. 곤충을 먹어야만 추가 학점을 주겠다고 공지해 높은 점수를 받고 싶은 학생은 억지로라도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외에도 커틀러는 “소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며, 곤충이 유력한 대체 식품으로 꼽힌다”는 자신만의 결론을 내놓고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반대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반대 의견을 제시한 학생에게는 별 다른 근거도 없이 “증거가 없다”며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당시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녹화한 영상을 보면, 한 학생이 “정답이 하나뿐인 주제를 준 게 이상하다. 우리는 벌레를 먹고 싶지도 않고 징그럽다. 소를 일상에서 아예 배제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개체 수를 조절하고 식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자 커틀러는 “너는 이를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 이번 수업에는 하나만의 정답이 있다. 그건 미국인들이 대체 식품으로 벌레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한다.

학생의 어머니인 아만다 라이트는 부당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라이트는 “어째서 아이들에게 ‘벌레는 음식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말할 권리가 제공되지 않았느냐”며 “아이들이 잘못된 기후 변화 상식을 세뇌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딸에게는 논쟁을 할 수 있는 선택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라이트 어머니는 교육 당국에 이번 사안에 대한 항의 서한을 넣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커틀러는 학생들에게 하나만의 관점을 제시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벌레 먹는 것에 단점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며 “누구에게도 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다”고 했다.

학교 측은 “벌레는 식용 판매 사이트에서 구매해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다”면서도 “많은 학생과 부모가 항의해 과제를 다른 것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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