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사랑합니다, 고객님”...스크린 찾은 연극 ‘불멸의 여자’[MK현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타투데이

‘불멸의 여자’ 포스터. 사진|영화사 소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감정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파격 잔혹극 ‘불멸의 여자’가 영화로 재탄생됐다.

21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불멸의 여자’ 시사회 및 간담회가 열렸다. 최종태 감독과 이음 윤가현 이정경 윤재진, 최원석 연출가가 참석했다.

‘불멸의 여자’는 끊임없는 서비스 착취로 노동자의 삶과 자본의 폭압적 구조를 폭로한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했다. 연극 그대로를 스크린에 담아낸 최초의 영화로, 손님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강요당하는 화장품 판매사원 희경과 눈가 주름방지용 화장품 반품을 요구하는 갑질 손님 정란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파격 잔혹극이다.

연극 ‘불멸의 여자’는 여러 번의 공연을 통해 ‘친절한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우리 시대 자본의 은폐된 폭력과 자신도 언제든 폭력의 희생자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감정노동자의 삶을 집요하고 냉철하게 꿰뚫어 주목받았다.

최종태 감독은 “영화보다 연극을 먼저 했다. 연극을 보고 영화적인 면모를 발견했고 이것이 영화화된다면 무대에서 표현하지 못한 조금 더 섬세한 감정들, 더 폭발적인 감정을 영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장소가 하나니까 지루함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것 역시 영화적 언어에서 답을 찾고자 했고, 1920~30년 독일영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조명으로 빛과 어둠, 대비를 통해서 카메라의 슬로 모션으로, 한 호흡으로 가져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원작 연극의 최원석 연출가는 “제가 만든 연극이 인물의 골격과 외형적 행동, 근육을 만드는데 치중했다면 영화는 극단적 클로즈업과 빛과 어둠의 콘트라스트를 통해 인물의 내면, 가해자가 되어버린 피해자도 있고 가해자도 있고, 그런 폭력과 테러를 가하는 심리를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표현한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연극에 출연한 배우들이 영화에도 출연, 힘을 보탰다.

이음은 “부모님이 서비스업에 종사하셨고, 지금은 아니지만 ‘고객이 왕’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고 살았다. 등장인물들처럼 다른 서비스업이나 모든 일을 하는 분들이 생계를 달린 일을 했다. 사활이 달렸을 때 얼마나 진심을 다하는지, 진심으로 고객을 위해 웃을 때도 있고 억지로 웃을 때도 있는데 그런 역할을 맡은 게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윤가현은 “제가 연기한 정란은 가해자며 피해자인 캐릭터인데, 영화는 연극과 다르게 약간 가해자적인 성향이 조금 더 들어가 있었다. 해고당해서 상처받은 감정노동자 입장에서 연기했는데, 영화에서는 가해자로만 비칠까봐 고민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정경은 “사투리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했고, 연극에서는 감정의 날것을 표현했다면 사이즈 안에서 그 날것의 감정이 과장돼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윤재진은 “연극을 했을 때는 오랜만에 연기를 다시 시작해서 관객을 보는 것도 떨렸다. 관객을 눈을 보지 않았다. 영화를 하니 관객보다 카메라가 무섭더라. 상대방보다 카메라를 보고, 연기해야 해서 더 긴장되더라. 카메라에 휘둘리지 않고 연기해야 해서 카메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애하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고백했다.

최종태 감독은 연극 무대를 스크린에도 가져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연극은 예술 행위로 약속된 것이 있다. 방백도 있고 독백도 있다. 그런데 영화적으로 그렇게 하면 몰입이 안 되고 튕겨 나갈 수 있다. 관객들이 빠지는, 연극의 재미를 알고 있어서 그걸 살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최원석 연출가는 “이웃이 슈퍼마켓을 했는데, 대형 마켓이 들어오면서 망했다. 친했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처음부터 비판하고자 쓴 건 아니지만, 자본주의 구조가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느낌이 들더라. 그게 우릴 잠식해 가는 게 느껴졌고 그런 기분으로 이 작품을 13년 전에 썼다”고 말했다.

‘불멸의 여자’는 4월 5일 개봉한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