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독도·위안부·후쿠시마 원전' 등 전선 확대
이재명 "국민이 정부 심판할 것" 강공 이어가
2020년과 달라진 '여론지형의 변화' 변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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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6일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굴욕 외교'로 규정짓고 '정권 심판론'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일관계는 전통적으로 민감한 이슈였던 만큼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총선은 한일전"이란 구호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쳤던 2020년 총선 때와 달라진 여론 지형으로 효과에 대한 전망은 분분하다.
독도·위안부·후쿠시마 원전 등 대여 전선 확대
민주당은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한 전선을 △독도 문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및 수산물 수입 등으로 넓히며 공세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재명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상회담에서)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까지 테이블에 올랐다는 얘기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도 모자라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부정했다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어 영토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헌법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지난 18일에 이어 매주 주말 시민단체와 정부의 대일 외교를 규탄하는 장외집회에 나설 예정이다. 동시에 원내에서의 대여 공세 수위도 높이기로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 외교라인 문책을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철회' 결의안을 이르면 3월 본회의에서 의결할 방침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주부터 태극기 배지를 부착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대표와 박홍근(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원내대표, 이해찬(앞줄 맨 오른쪽) 전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정상회담 규탄 3차 범국민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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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론' 꺼낸 이재명 "국민들이 심판할 것"
민주당이 대여 공세 수위를 바짝 조이는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방일 성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있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는 2주 연속 하락한 36.8%였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4.5%포인트 떨어진 37.0%, 민주당은 전주 대비 3.8%포인트 오른 46.4%였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이후 좀처럼 반등 계기를 찾지 못했던 민주당 입장에선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 총선과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재진에게 "국민들께서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충분히 행동으로 심판하실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핵심 당직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6, 7월부터 본격적으로 흘려 보낸다고 하니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인들이 일본·중국에 느끼는 호감도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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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총선처럼 '한일전' 구도? 달라진 여론 지형 변수
한일관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 전례가 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면서 한일 갈등이 폭발한 이후 실시된 2020년 총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번 총선은 한일전'이란 구호가 등장했고,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의 최대근 공동대표도 "이번 총선은 국내 정치로 위장된 한일전"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여 흐른 현재의 여론지형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의 정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지난 총선 직후인 2020년 7월 20.0점(100점 만점)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꾸준히 올라 올 1월 조사에서는 36.2점을 기록했다. 2018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점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의 문제 제기가 폭발력을 가지려면 일반 국민들의 반일 정서와 결합돼야 하는데, 일본 콘텐츠 선호와 반중(反中) 정서 확대 여파 등으로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만약 반일 정서를 억지로 자극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각 여론조사기관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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