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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내 첫 소설 주인공은 속초 풍경… 이제 영화가 돼 칸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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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佛 소설가 엘리자 뒤사팽, 전미도서상 받은 ‘속초…’ 영화로 내년 칸 영화제 초대 받아

조선일보

한국계 프랑스 소설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 경계인의 정체성을 다룬 '속초에서의 겨울'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글쓰기는 내가 현실에서 찾아내지 못한 거처를 창조해내는 방법이었다"고 했다. /북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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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31)은 코로나 전까지 유럽과 한국을 자주 오가며 지냈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에게 한국은 “부국어(父國語)”인 프랑스어와 대비되는 “모국어(母國語)”의 나라. 여기서 모국어란 어머니의 언어이자, 어려서 잘했지만 지금은 많이 잊은 언어,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일부인 언어다. 뒤사팽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어는 나를 어린 시절과 연결해 주며, 프랑스어권 생활을 하면서 때로 잊고 지내던 어떤 강력한 감정과 맞닿을 수 있게 해주는 언어”라고 했다.

첫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2016) 영화화 작업을 지켜보고자 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 작품은 2021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하면서 작가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겼다. 그는 내년 5월 칸 영화제에 출품 예정인 영화가 “소설에 매우 가깝다”고 했다.

소설에는 속초의 펜션에서 일하는 ‘나’와 프랑스에서 온 만화가 얀 케랑이 등장한다. 젊은 여성인 ‘나’가 한국에서 태어나 유럽을 바라보는 시각이 작가 본인과 역전된 존재라면, 중년 남성인 케랑은 창작자로서 작가를 대변한다. “장소들이 실질적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된 공간에서 ‘나’가 케랑의 그림 속 여인과 합일을 시도하는 장면이 환상적 필치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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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반 때 집필한 이 소설은 스스로 경계인의 정체성을 탐구한 기록이다. ‘나’와 여인의 합일은 여러 인물에 조금씩 녹아든 작가의 다면적 정체성이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하는 과정을 형상화한다. 그것은 물리적 봉합이 아니라 “유럽에서는 아시아인, 아시아에서는 유럽인”으로 살며 느꼈던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순간이다.

뒤사팽은 한국어판 서문에 “열세 살에 한국으로 긴 여행을 했을 때, 내 안에 있는 두 개의 문화가 조화로운 결합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신체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단 하나의 영토에서 살려고 애쓰는 두 개의 개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썼다. 지금은 자아 탐구의 욕구를 전보다 덜 느낀다고 한다. “책을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더 이상 지리적 또는 문화적 영역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과 소설 속에서 그 모든 것을 융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30여 언어로 번역됐다. 작가 개인의 정체성을 다룬 작품이 보편적 호소력을 가지는 이유에 대해 그는 “독자들은 소설 속에서 각자 자신을 발견한다고 한다”면서 “아마도 책 속에서 내가 아무것도 설명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나는 단지 저마다 모순을 지닌 인물들을 제시할 뿐입니다. 모든 것을 말하지 않고, 독자가 각자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도록 자리를 내줄 뿐이죠.”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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