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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1000대1, 1억원 웃돈’의 몰락… 생활형숙박·오피스텔이 애물단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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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대체재’로 한때 인기… 규제 풀리자 오히려 수요 뚝 끊겨

지난 정부에서 아파트를 집중 규제한 데 따른 반사 이익으로 인기를 누렸던 오피스텔과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등 ‘아파트 대체 상품’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올해 들어 아파트 규제가 대거 풀리자, ‘대체 주거 상품’을 찾는 수요가 뚝 끊긴 것이다. 생숙은 소유주가 직접 실거주는 할 수 없지만,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를 갖추고 취사 시설이 있어 장기 투숙이 가능한 숙박 시설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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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청약에 수십만 명이 몰렸던 생숙 중에는 분양가보다 호가를 1억원 넘게 낮춘 매물이 나오는 곳이 있고, 청약 경쟁률이 1000대1을 넘었던 오피스텔 분양권도 웃돈을 포기한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있는 부동산 수요는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며 “대체 주거 상품 시장이 살아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57만명 뚫고 당첨된 생숙 ‘마피’로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들어설 예정인 생활형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 전용면적 74㎡ 매물은 13억8800만원에 나와 있다. 최초 분양가인 15억800만원보다 1억2000만원이나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하 마피·당초 분양가보다 낮은 호가)’ 매물이다. 이 단지는 2021년 8월 청약 당시 57만5950명이 신청하며 65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분양 직후 최대 1억5000만원의 웃돈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지난 정부에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대출·세금 규제가 강화되자,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아 규제를 덜 받는 생숙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다. 아파트에 비해 대출이 수월하고 분양 계약 즉시 전매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시장이 얼어붙자, 생숙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식었다. 급기야 높은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마피’로 분양권을 내놓는 투자자들도 늘기 시작했다. 2021년 12월 분양한 경남 창원시 상남동 ‘힐스테이트 창원 센트럴’은 당시 22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현재 전용 102㎡가 분양가보다 6000만원 낮은 가격에 나와 있다. 2021년 9월 분양 당시 59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푸르지오 시티 시그니처’ 역시 전용 34㎡ 매물의 마피가 3000만원에 달한다.

생숙과 함께 인기를 누리던 오피스텔도 사정이 비슷하다.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 전용면적 84㎡ 매물이 15억6700만원에 나와있다. 최초 분양가와 같은 ‘무(無)피’ 매물이다. 이 오피스텔은 2021년 11월 청약 당시 1398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고, 분양 직후 5000만~1억5000만원의 웃돈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됐던 고가 오피스텔 중에서도 ‘마피’ 매물이 심심찮게 나온다.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엘루크 반포’는 분양가에 비해 5000만원까지 낮춘 매물들이 나와 있다. 강남구 논현동 ‘루시아도산208′은 마피가 1억원인 매물도 있다.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분양 초기에는 억대 웃돈을 주고서라도 분양권에 투자하겠다는 문의가 많았는데, 지금은 본인 매물을 먼저 팔아달라는 매도자 요청만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규제완화의 ‘유탄’ 맞아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과 달리, ‘아파트 대체 상품’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3개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57대1에 달했다. 반면 서울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4개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2대1에 그쳤다.

매매 가격에서도 점차 하락 폭이 축소되는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의 낙폭은 커지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의 지난달 매매가격지수 하락률은 -0.27%로 작년 12월(-0.24%)이나 지난 1월(-0.26%)보다 컸다. 이런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오피스텔 같은 아파트 대체 상품 시장의 과열은 부동산 상승장 막바지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아파트 값이 어느 정도 회복된 이후에나 대체 상품 시장에도 온기가 돌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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