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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물가와 GDP

2분기 적기인데 물가가 발목…전기·가스료 인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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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 뒤에 찾아온 ‘에너지 비수기’에 전기·가스요금은 어떻게 결정될까. 이달 말 2분기(4~6월) 요금 조정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인상론과 속도 조절론 사이에서 저울질에 들어갔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한국전력은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내역을 산업부에 제출했다. 산업부는 이를 바탕으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곧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한다. 원래 21일 발표 예정이었지만, 산업부 관계자는 “협의가 길어지면서 이달 늦게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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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당초 정부는 요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최소화한다는 기조였다. 지난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논란 속에 서민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취약계층 지원책 등을 급하게 내놨고,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에너지)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면서 이런 방향성은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부담이 적은 2분기부터 요금을 최대한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분기는 냉·난방 수요 등이 줄면서 연중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적은 시기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최대전력이 가장 낮았던 달은 4월과 5월로 각각 6만6096㎿(메가와트), 6만6243㎿였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2분기엔 국민이 체감하는 인상 여파가 덜한 만큼 최대한 전기·가스요금을 현실화해야 하반기 변수를 줄일 수 있다”면서 “꾸준한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에너지 소비도 줄어든다. 다만 요금 부담이 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함께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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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한전 영업손익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전,전력거래소]


실제로 연초 전력시장에서 요금 인상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1분기 전기료는 ㎾h(킬로와트시)당 13.1원 올랐는데, 인상분이 적용된 1·2월의 월평균 최대전력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0.4%, 1.4% 감소했다. 3월도 감소세가 지속하는 양상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올 초에 요금 고지서를 보고 다들 전력 소비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 인상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공기업 손실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전의 지난해 적자는 32조6000억원을 넘겨 역대 최대였다.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소한다지만, 올해도 한전이 손해 보면서 전력을 사오는 구조는 여전하다. 지난해 말 8조6000억원이던 가스공사 미수금이 올 1분기 요금 동결 여파로 12조원까지 늘어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정부가 마냥 전기·가스료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공공요금과 연계된 물가의 고공행진이 여전한 데다 윤 대통령의 ‘속도 조절’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전년 대비 5.2%)보다 낮아진 4.8%였지만, 전기·가스·수도(28.4%)의 상승 폭은 여전히 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 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해 국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덕수 총리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현실화가 필요하다”면서 상반기 요금 조정을 언급하는 등 정부의 ‘가격 신호’는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에너지 업계에선 “월말 요금 발표 때까지 지켜봐야 할 거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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