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한다. 어린 손자가 밥 먹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보고 있으면서도 염려가 되는지 얼굴을 쓰다듬고, 손길로도 모자라 찌릿한 온기까지 전해주던 사람이 생각난다. 그 돌봄을 받은 손자는 노화, 돌봄, 죽음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었다. ‘각자도사 사회’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고 주면서 살고 있다는, 그 사소해 보이는 사실을 현실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정치철학자 김희강의 ‘돌봄민주국가’(박영사)는 전압이 높은 책이다. 돌봄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를 갱신하자고 주장한다. 돌봄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국가, 나아가 돌봄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안도 제시하며 시민들의 관심과 토론을 촉구한다. 저자의 엄밀한 논증과 통찰, ‘보이지 않는’ 돌봄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한가득 담겨 있다. 책을 읽고, 수줍게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송병기·의료인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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