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엘리 코헨(오른쪽)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수도 키이우 대통령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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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가 우크라이나로 공격용 무인기(드론) 요격 시스템을 수출하는 걸 승인했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출 무기는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비트과 라파엘이 개발한 드론 요격 시스템이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사정거리 약 25마일(40㎞)로 발전소 등 핵심 방위 시설 주변에 설치해 공중에 있는 드론을 격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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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의식해 거부하던 방침 급선회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 지원은 하면서도 군사 지원은 일체 하지 않았다. 전쟁을 규탄하면서도 러시아를 직접 거명하지 않았고,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군사적 이해관계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은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인접국 시리아에서 안보 위협이 커질 것을 우려해왔다. 러시아는 지난 2011년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한 이후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며 일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스라엘은 러시아군이 시리아 영공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리아에서 작전의 자유를 유지해야 하는 전략적 필요성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망설여 왔다”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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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12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취임한 이후 이스라엘 정부 기류가 변화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지난달 1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드론 요격 시스템 수출 방침을 통보했다.
이스라엘은 이번에 수출하는 건 방어무기로서 러시아군을 살상하려는 목적이 없기 때문에 대(對)러시아 정책이 변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요격 시스템의 이란 드론 요격 성능을 파악하는 것이 수출을 승인한 목적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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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압박에 이스라엘 기류 변화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에서 격추한 러시아군의 이란산 드론.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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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강화되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이 가진 아이언돔과 같은 첨단 방공 기술이 우크라이나에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9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에 유용한 인도적 지원을 해온 것에 감사를 표한다”면서도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은 우크라이나의 싸움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무기 지원을 촉구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4일 코헨 외무장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 등 안보 관련 고위 관료들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어용 무기 지원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16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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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미사일 요격 무기를 달라”
지난해 8월 이스라엘 남부 해안도시 아스켈론에서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 아이언돔에서 발사한 요격 미사일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발사한 미사일을 격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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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건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과 같은 첨단 미사일 방공 시스템이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탄도미사일 요격 무기”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달 독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무기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호소하면서 이스라엘이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한 중장거리 방공망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를 언급했다.
악시오스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계자가 이스라엘을 방문해 드론 요격 시스템을 살펴봤으나 계약은 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드론의 75~90%를 요격하고 있기 때문에 드론 요격 시스템 구매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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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우크라이나에 전차 지원
파키스탄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T-80UD 전차. 사진 디펜스 파키스탄 포럼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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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파키스탄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아미레커그니션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만 이어오던 파키스탄이 최근 서방 국가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대가로 자국의 주력 전차인 T-80UD 전차 44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T-80UD는 1980년대에 개발된 소련제 T-80 전차를 개량한 것이다. 아미레커그니션은 “T-80UD의 ’UD‘는 ‘우크라이나 디젤(Ukrainian Diesel)’의 약자”라며 “해당 전차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디젤 엔진으로 구동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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