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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냉전 후 첫 군용기 충돌…'미국 드론 추락' 두고 네 탓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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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상보)"러 전투기 의도적으로 연료 뿌려" vs "미 드론 공역 침범, 도발 행위"]

미국이 자국의 무인기(드론)가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해 추락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물리적 충돌은 냉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전투기가 드론에 연료를 뿌려 추락을 유도했다는 게 미국 측의 주장인데, 러시아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러시아 전투기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드론이 조종력을 상실해 수면에 충돌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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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Q-9 리퍼 무인항공기(드론)./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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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MQ-9 리퍼 드론이 국제 공역에서 일상적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했으며, 이후 미군 측이 추락시켰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유럽·아프리카 공군 사령관 제임스 헤커 장군은 성명을 통해 "충돌 전 여러 차례에 걸쳐 (러시아의) SU-27 전투기가 연료를 분사했다. 무모하고, 불건전하며, 비전문적인 방식"이라며 "SU-27기 한 대가 MQ-9의 프로펠러를 강타해 미군은 어쩔 수 없이 MQ-9을 공해상으로 추락시켰다"고 설명했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도 드론이 조종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미군 측이 추락시켰다고 밝혔다. SU-27은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이며, MQ-9 리퍼는 미군의 정찰 및 공격용 드론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자국 영공에 근접한 상대국 군용기와 대치하는 상황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물리적 충돌로 이어져 미군기가 추락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실상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터라 이번 사건이 양국 간 긴장을 더욱 고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해당 사건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이 영공에서 1년 동안 계속 비행해 왔다"며 러시아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통보할 책임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미 국무부는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드론 격추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러시아는 미국 측이 주장한 드론 추락 원인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전투기는 무기를 사용하거나 드론과 접촉하지 않았고 전투기는 안전하게 비행장으로 복귀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의 드론이 크름반도 인근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국경 방향으로 비행하고 있었으며,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임시로 설정한 공역의 경계를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은 이번 사건을 '도발'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안토노프 대사는 이날 미 국무부 초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 사건을 도발로 본다"며 "미 드론은 트랜스폰더(항공기 위치 발신 장치)를 끈 채로 비행하고 있었고 특별군사작전 구역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가 미국과의 갈등 심화로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안토노프 대사는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어떠한 대결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실용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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