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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이슈 미술의 세계

시간이 멈춘듯한 그 공간...박제하고픈 삶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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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세대가 찜한 작가∙갤러리 ◆

MZ가 찜한 작가·갤러리⑦ 96년생 최지원·디스위켄드룸

무표정한 도자인형 등장 유화

연약한 존재의 강인한 생명력

베를린·상하이 등 단체전 앞둬

매일경제

최지원, 블루문(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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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속 한 장면인가. 창틀에 걸린 블라인드 아래에 방안을 응시하는 여인의 얼굴이 있다. 무표정으로 나를 보는 그녀의 피부는 반질반질 매끈한 도자기 재질이다. 이 장면을 보며 살짝 긴장하게 된다. 1996년생 작가 최지원의 신작 ‘블루문’(2023)이다.

그의 회화는 누구나 한번 보면 잊지 못할 정도로 개성이 강하다. 공간이 확장된 변화를 담은 대형 유화들을 모아서 두 번째 개인전 ‘채집된 방 Collecting Chamber’을 한남동 갤러리 디스위켄드룸에서 4월 8일까지 열리고 있다.

강력한 조형언어의 근본인 도자 인형에 대해 최지원은 “항상 대상의 표면을 스캔하듯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특히 매끄러운 표면을 바라볼 때 회화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게 작동한다”고 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과거에 단독주택형 가정에서 자주 볼 수 있던 장식품들인 박제된 동물이나 나무 조각품 등의 물건이 대거 등장했다. 죽은 말벌이나 나방, 거미 등 마른 곤충은 실제 작가가 집의 창틀이나 유리화병 속에서 발견한 것들을 사진으로 찍거나 채집해서 그렸다. 기억의 파편이자 생명이 없는 미약한 존재들이 의외로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최지원은 “첫 개인전에서 도자 인형 중심으로 다양한 표현을 했다면, 이번에는 과거 살던 공간에 다시 돌아온 개인적 변화를 통해 감정이 좀 더 복합적으로 올라오게 됐고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 제목인 ‘챔버’란 진공된, 밀폐된 공간을 의미한다. 아버지가 출장에서 사 온 조각품들은 멈춰버린 순간을 표현하기 적절한 ‘부장품’이 됐다.

작가는 “죽음 자체보다는 죽음을 생각하는 문화에 흥미를 느낀다”며 “이집트 피라미드처럼 현세에 온 힘을 다해 만든 공간이 내세를 위한 것이고 죽음과 활기찬 생명력이 함께 역동하고 있다고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극사실회화처럼 질감 표현이 강하게 묘사된 부분과 면과 면의 경계를 희미하게 대충 표현한 부분이 한 화면에서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매력적이다.

전시된 작품끼리 유기적으로 연결된 듯한 배치도 흥미롭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블라인드나 창문, 문, 액자, 거울 등 다양한 사각형의 프레임을 통해서 안과 밖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면 다른 그림이 연결되어 나오는 식이다.

김나형 디스위켄드룸 대표는 “대학생들 단체전에서 돋보이는 조형 언어로 발굴했는데 이미 팬덤이 상당하다”며 “옷이나 도자기 질감 등 기교가 빼어난 작가임이 분명하면서도 꾸준히 회화 실험을 이어가 앞으로 성장이 기대된다. 올해는 베를린과 상하이 단체전에도 참여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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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대표 작품 ‘멈춰버린 순간’(2023) 앞에 선 최지원 작가 <사진제공=디스위켄드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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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생 작가 최지원은

깨지기 쉽지만 강인한 이미지의 도자인형(china doll)을 주인공으로 한 회화를 주로 그리고 다양한 재질과 색깔을 다루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작가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가 그저 좋았지만 대학원에 가서야 전업작가가 될 결심을 하고 다양한 회화 실험직장인 근무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작업한다. 작업할 때 직관적으로 다가가서 빠르게 돌입하는 편이다. 철저히 계산된 구조를 설정하고 대형 화면에 옮긴다. 체력적으로 도전적인 150호 대형 작품도 익숙하다.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2020년 첫 개인전을 열고 경기도미술관 등의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하며 이번까지 두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작품이 소장됐다.

대학원 친구인 송유나·윤혜린 작가와 컬렉티브 ‘리소딴’을 결성해 기획 전시를 열기도 했다. 올해는 베를린과 상하이 등에서 열리는 단체전에 참여하며 해외에도 이름을 알릴 예정이다.



▷디스위켄드룸 김나형 대표는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작가 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 창작자들과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이고, 젊은 컬렉터들 신뢰도 얻고 있는 갤러리스트다.

2015년 청담동에서 ‘방’의 형식으로 갤러리를 처음 열며 일상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방식을 연구해 왔고, 동시대 다양한 시각예술가들을 조명하고 있다. 2021년 한남동으로 이전한 후 아시아와 유럽 갤러리나 기관과 협력하며 글로벌 미술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박지형 총괄큐레이터와 손잡고 최지원은 물론 김진희, 지희킴 등 1980년대~1990년대생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미술시장 인큐베이터 역할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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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형 디스위켄드룸 대표 <사진제공=디스위켄드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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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채집된 거울(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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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닫힌 문(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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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무향(Unscented)(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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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정지된 시간의 방을 향하여(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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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멈춰버린 순간(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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