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전리층과 인공전파 피하기에 안성맞춤
장비 손상하는 월면 큰 일교차 극복 과제
1972년 아폴로 16호가 촬영한 달 뒷면 모습. 미국 과학계는 2025년 달 뒷면에 전파망원경을 설치할 계획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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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달 뒷면에 우주 생성 초기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전파망원경이 설치된다. 달에 전파망원경을 세우면 지구의 각종 무선기기에서 생기는 인공적인 전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어 우주에서 날아드는 전파를 깨끗하게 잡아낼 수 있다.
미국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 등은 13일(현지시간) ‘루시 나이트(LusSEE-Night)’라는 이름이 붙은 전파망원경이 2025년 달 뒷면에 건설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파망원경은 미국 에너지부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미 항공우주국(NASA)이 함께 개발·제작했다.
전파망원경은 지름 6m짜리 접시 안테나 2개와 각종 전자장비로 구성된다. 전파망원경은 민간 달 착륙선을 통해 달 표면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루시 나이트는 137억년 전 ‘빅뱅’ 이후 38만년에서 4억년 사이에 발생한 우주 전파를 잡아내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이때에는 우주가 발생해서 전파는 있었지만, 빛을 뿜는 별과 은하는 아직 없었다. 당시 우주의 환경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전파뿐인 셈이다.
전파는 한번 생성되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동안 먼 거리를 이동하며 강도가 약해질 뿐이다. 1930년대에 인간이 만든 첫 텔레비전 전파도 지구 밖으로 나갔는데, 이 전파 또한 없어지지 않고 우주를 떠돈다.
NASA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루시 나이트로 우주에서 날아온 전파의 성질을 분석하면 오늘날 별과 은하가 어떤 경로를 거쳐 탄생했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렇게 까마득히 오래 전에 생겨 희미하게 우주를 떠도는 전파를 잡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지구에서는 어렵다. 대기권 내에 있는 공기가 분해돼서 만들어진 ‘전리층’ 때문이다. 전기적인 성질을 띠고 있는 얇은 막인 전리층은 전파를 잡아먹는다.
더 큰 문제는 인간이 만드는 인위적인 전파다.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각종 무선 장비 등에서 생기는 인공 전파가 지구 주변을 꽉 채우고 있다. 우주에서 날아드는 전파를 잡아내려는 과학자들에게는 매우 성가신 ‘잡음’인 셈이다. 큰 음악 소리와 자동차 엔진 소음 옆에서는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게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달에 전파망원경을 설치하면 이런 문제가 사라진다. 달에는 인공 전파를 만들 만한 장비가 없다. 대기도 없어 전리층 역시 없다. 연구진은 지구의 중력 때문에 늘 우주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달의 뒷면에 전파망원경을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달이 전파망원경을 운영하기에 이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낮에는 영상 120도, 밤에는 영하 173도까지 떨어지는 치명적인 일교차를 이겨내야 한다. 지구에선 어떤 기계도 경험할 수 없는 혹독한 운영 조건이다. 연구진은 관측 자료를 정상적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전파망원경의 내구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예정된 수명은 2년이다.
NASA는 “루시 나이트의 임무가 성공한다면 과학자들이 향후 우주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탐구할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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