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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물가와 GDP

식당선 1000원씩 올리는 맥줏값 제동... '물가연동과세' 폐지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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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올리는 기존 방식 '원점 재검토'
주세→마트→식당 인상률 단계 증폭
한국일보

13일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에서 한 시민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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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막걸리에 부과되는 세금이 매년 물가를 따라 자동으로 올라가도록 설계된 현행 주세법을 정부가 손보기로 했다. 세제가 가격 인상의 빌미가 된다는 판단에 물가 연동 과세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맥주와 탁주 등 일부 발효주에 적용되는 종량세 물가 연동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현행 제도가 주류 가격 상승에 미친 영향이나 업계 편익 등 제도 도입 효과 등을 우선 들여다볼 계획이다.

배경 요인은 유통 단계가 많아질수록 가팔라지는 가격 인상 폭이다. 가령 세금이 10원 오르면 지금껏 주류업계는 이를 핑계로 소비자 가격을 100원, 200원 올리기 일쑤였고, 식당의 경우 500원, 1,000원 단위로 인상해 팔곤 했다. 실제 지난달 통계를 보면 외식 품목 중 맥주의 전년비 물가지수 상승률(10.5%)이 가공식품 맥줏값 상승률(5.9%)을 크게 웃돌았다. 음식점 맥주가 편의점ㆍ마트 맥주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세금이 매년 올라가는 기존 방식은 폐지가 유력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연동제가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전문가나 관계기관과 협의할 계획”이라며 “일정 시점에 한 번씩 국회에서 세금을 정해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해진 인상 주기 없이 부과 소요가 생기면 정부가 건의하고 국회가 승인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내용은 7월 공개되는 세법 개정안에 담길 전망이다.

문제는 소주 등 종가세 대상 주류와의 과세 형평성이다. 종량세 대상은 가격을 올려도 세금이 커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가 연동제가 없어져도 적정하게 세금 부담을 조정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법상 발효주 중에서도 맥주ㆍ탁주만 주류 양이나 함유될 알코올 양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대상이다. 나머지 주류는 주종별로 세율이 다르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가격에 따라 과세하는 종가세가 적용된다.

50년 넘게 종가세 단일 체계를 유지해 오던 한국은 압도적 다수 국가가 도입 중인 종량세를 2020년 일부 받아들였다. 종가세로 인해 수입 맥주와의 경쟁에서 과세 역차별을 당하게 된다고 불만을 제기하던 맥주와 세율이 낮아 과세 방식을 바꿔도 별 영향이 없는 탁주가 우선 전환 대상이 됐다. 위스키와 함께 증류주로 묶여 있는 소주는 종량세로 바뀌면 세율이 너무 낮아진다는 이유로 당시 제외됐다.


세종=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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