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미훈련 하루 전 "잠수함서 순항미사일 발사"

오늘 시작된 한미 '자유의 방패' 훈련에 반발
북, SLCM 첫 발사... "핵전쟁 억제수단 입증"
전술핵 투발수단 시엔 요격망 무력화 우려

북한은 지난 12일 새벽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고 13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발사훈련에 동원된 잠수함 '8·24영웅함'이 조선 동해 경포만 수역에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실시에 반발해 미사일 도발을 재개했다.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오는 23일까지 실시되는 한미훈련과 전략자산의 전개 등에 따라 전략적 도발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13일 오전 "북한이 어제(12일) 아침 신포 인근 해상의 잠수함에서 시험 발사한 미상 미사일을 포착했다"고 공지했다. 발사된 미사일의 정확한 기종 등 세부 제원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하고 있고 북한의 추가 군사행동이나 기만전술 등의 우려를 감안해 하루 늦게 공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이날 "전략순항미사일 수중발사훈련이 12일 새벽에 진행됐다"면서 "발사훈련에 동원된 잠수함 ‘8·24영웅함’이 조선동해 경포만 수역에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발사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은 조선동해에 설정된 1,500㎞ 계선의 거리를 모의한 ‘8’자형 비행궤도를 7,563초(2시간 6분 3초)~7,575초(2시간 6분 15초)간 비행하여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덧붙였다. 노동신문 보도는 합참 발표 10분 뒤인 오전 6시에 나왔다.

경포만은 함경남도 홍원군 앞 해상으로, 북한의 잠수함 기지가 있는 함경남도 신포 일대다. 신포 일대에는 북한의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시설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신포 일대 잠수함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10월에는 저수지에서 SLBM을 쐈다.

북한이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8·24영웅함은 2016년 8월 24일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첫 SLBM인 '북극성-1형'의 수중 발사에 이용한 고래급(2,000t급) 잠수함이다. 당시 북한은 수중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8·24영웅함으로 명명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새벽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고 13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발사훈련에 동원된 잠수함 '8·24영웅함'이 조선 동해 경포만 수역에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발사는 이날부터 시작된 한미훈련 '자유의 방패(FS)'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전쟁 상황을 가정해 역대 최장기간인 11일 동안 중단 없이 연속으로 실시되고, 특히 20여 개 한미 실기동 야외 훈련(FTX)이 과거 '독수리훈련(FE)' 수준으로 실시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17일 한미훈련 실시에 대해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전쟁억제력의 효과적 행사와 공세적 활용'을 위한 조치들을 결정했다. 북한은 지난 9일 평안남도 남포시 일대에서 서해 쪽으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추정 신형전술유도무기 6발을 발사하는 등 한미훈련에 앞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바 있다.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가 시작된 13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차륜형 장갑차가 대기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북한은 이번 발사에 대해 "공화국 핵 억제력의 또 다른 중요 구성 부분으로 되는 잠수함부대들의 수중 대지상 공격작전 태세를 검열·판정했다"라며 "수중발사훈련을 통해 다양한 공간에서의 핵전쟁 억제 수단들의 경상적 가동 태세가 입증됐다"고 자평했다. 북한의 SLCM 발사 성공은 남측을 언제든 타격할 수 있는 또 다른 수중전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한미 요격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잠수함의 어뢰발사관에서 발사가 가능한 순항미사일이 전력화된다면 이는 533㎞급 이상의 공기압축식 어뢰발사관을 가진 북한의 모든 재래식 잠수함이 전술핵 투발수단(순항미사일)의 발사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잠작전 수행에 필요한 대잠초계기 전력이 제한적인 한국군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군은 북한 순항미사일에 대한 대응 방안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사전 동향을 추적하고 있었다"며 "순항미사일 2발 모두 탐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군 레이더가 24시간 전 지역을 감시하고 있다"며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우리 군의 지상방공무기 또는 공군 전투기의 미사일로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