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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애들이랑 다 반가이(반갑게) 보고 가고자 하다가…못 보고 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
- 2012년 복원한 '나신걸 한글편지' 내용 중 일부 발췌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편지가 보물로 지정됐습니다.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군관으로 활동하던 나신걸이 아내에게 한글로 써서 보낸 편지 2장인 '나신걸 한글 편지'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9일 밝혔습니다.
나신걸의 편지는 2011년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에 있던 그의 부인 신창 맹씨의 무덤에서 저고리, 바지 등 유물 약 40점과 함께 나왔는데, 당시 피장자(被葬者·무덤에 묻혀 있는 사람) 머리맡에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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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신걸 한글편지' 발견 당시 모습
편지에는 어머니와 자녀에 대한 그리움과 농사일을 잘 챙기고 소소한 가정사를 살펴봐달라는 부탁, 조선시대 무관이 입던 의복인 '철릭' 등 필요한 물품을 보내달라는 부탁 등이 빼곡히 적여 있습니다.
내용 중 1470~1498년 동안 쓰인 함경도 옛 지명 '영안도(永安道)'라는 말이 보이는 점,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한 시기가 1490년대였다는 점 등으로 미뤄보아 편지는 15세기 후반에 작성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충북대 박물관이 소장한 '청주 출토 순천 김씨 의복 및 간찰(簡札)'이 16세기에 쓰인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로 알려졌는데, 나신걸의 편지는 이보다 시기가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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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지의 발견은 특히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이후 한글이 대중에 어느 정도까지 보급됐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하급 무관인 나신걸이 유려하고 막힘없이 한글로 편지를 쓴 걸 보면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0년도 안 된 시점에서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과 하급관리에게까지 한글이 널리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조선 초기부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다는 점도 엿볼 수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된 자료이자 상대방에 대한 호칭, 높임말 사용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며 "조선 초기 백성들의 삶과 가정 경영의 실태, 농경문화, 여성들의 생활, 문관 복식, 국어사 연구에 활용 가치가 충분하고 무엇보다 훈민정음 반포 실상을 알려주는 언어학적 사료로서 학술적·역사적 의의가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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