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대법 "스토킹 재발 우려 시 피해자 접근금지 연장 가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2심 "동일 범죄면 재청구 불가"…대법 "스토킹 특성 따져야"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스토킹범의 범행 재발 우려가 있다면 피해자 접근금지 잠정조치 기간이 끝났더라도 조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스토킹범 A씨에 대한 검찰의 잠정조치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원은 "검사는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청구한 범죄 사실과 재발 우려를 이유로 새로운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며 "법원도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하다면 다시 새 접근금지 잠정조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동일한 스토킹 범죄로 추가 잠정조치를 내릴 경우엔 재발 우려와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따져 2개월씩 두 차례만 연장할 수 있다는 기준을 설정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2개월가량의 접근금지 잠정조치 기간이 끝난 스토킹범 A씨에 대해 다시 접근금지 청구를 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의 요청을 받아든 1심 법원은 "종전 잠정조치 결정과 동일한 스토킹 범죄를 이유로 다시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는 없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항고했지만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형사소송법은 '동일한 범죄 사실'로 이미 체포·구속한 사람을 다시 체포·구속할 수 없게 하는데, 스토킹범의 접근금지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스토킹 행위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원심 결정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스토킹 행위는 행위자가 감정이 해소되기 전에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고 지속·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시간이 갈수록 정도가 심각해지는 경향과 강력 범죄로 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현행 스토킹 처벌법이 '스토킹 행위'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 유형도 있다고 봤다. 스토킹 행위자가 원래 피해자가 아닌 제3자에게 추가 스토킹 범죄를 예고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행위는 스토킹처벌법상 '5대 행위 유형'에 들어가 있지 않다.

대법원은 "이 같은 정황으로 범죄 재발 우려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접근금지 잠정조치가 필요한 경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접근금지 잠정조치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잠정조치를 위해 새로운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기를 기다리도록 요구하는 결과에 이른다"며 "이는 잠정조치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xi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