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정치권 보수 진영 통합

이대남 "무야홍" 열광했는데…홍준표-이준석 결별한 작년 그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2021년 10월 26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왼쪽) 대구시장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를 마친 후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찌 우리 당 대통령을 무뢰배 엄석대에 비유하나.”(3일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누군가가 홍준표 시장님에게서 (엄석대 측근) 체육부장을 떠올리는 것도 존중받아야 할 자유다.”(5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때아닌 ‘엄석대 논쟁’으로 연일 치받고 있다. 엄석대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등장하는 인물로 급장(반장)이며 힘도 세고 공부도 잘해 급우 사이에서 군림하는 ‘독재자’로 묘사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일 기자회견 과정에서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소설 속 상황과 비교하며 “국민의힘에서 엄석대는 누구냐?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는 어떤 사람이냐”고 말했고, 다음날인 지난 4일 홍 시장이 “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민주당보다 더한 짓을 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하면서 논쟁이 격화됐다.

중앙일보

2021년 10월 31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제10차 종합토론회 당시 이준석 당시 대표가 시작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윤석열, 이 전 대표, 홍준표, 유승민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엄석대 논쟁을 여권 내 역학 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불과 1년 6개월여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정치적 관계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하는 과정에서 홍 시장은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를 거쳐 대표를 지내고 이 전 대표는 바른정당에서 활동하며 두 사람은 상호 비판적 관계였다. 그러다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이 미래통합당으로 통합되면서 다시 같은 당이 됐고 두 사람의 관계는 전환기를 맞는다. 당시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 전 대표는 비밀리에 대구까지 홍 시장을 찾아갔다고 한다. 당시 홍 시장은 당 지도부의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해 공천이 불발되자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대구 수성을에서 당선된 상태였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시장이 만남을 거부할 줄 알았는데 ‘대구까지 왔는데 밥을 사줘야겠다’며 단 둘이 만찬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런 대구 회동을 계기로 관계를 튼 두 사람은 2021년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가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뒤 보다 친밀해진다. 이듬해 3·9 대선을 앞두고 ‘범보수 빅텐트’를 구상 중이던 이 전 대표가 당내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홍 시장의 복당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친윤계 공격받은 李, 고립된 洪…대선 경선 때 전략적 제휴



대선 경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 입당하면서 두 사람은 사실상 밀월 관계가 된다. 당내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대부분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던 상황에서 일종의 전략적 제휴 관계가 된 것이다. 대중적 인기에 비해 당내 세력이 부족한 홍 시장과 윤 대통령 입당 과정부터 사이가 벌어졌던 이 전 대표에 윤 대통령과 친윤계는 맞서야 할 공통의 상대였던 셈이다.

특히, 2021년 8월 경선 토론 문제를 놓고 윤 대통령을 돕던 당내 측근들이 이 전 대표를 비판하고 이 전 대표가 코너에 몰리자 홍 시장은 “떼 지어 당 대표를 흔드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밝히는 등 공개적으로 이 전 대표를 옹호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2030세대 남성이 밀집한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에서 ‘무야홍(무조건 야권 대선 후보는 홍준표)’ 열풍이 불며 홍 시장의 인기가 급등했다. 이를 계기로 홍 시장의 지지율이 상승하며 윤 대통령과 접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이어지자 당시 윤석열 경선 캠프에선 “중립을 지켜야 할 이준석 대표가 홍준표를 돕는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중앙일보

2021년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왼쪽)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전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국 ‘당심’에 밀려 대선 후보 자리를 내줬지만 홍 시장은 그해 11월 대선 본선 캠프 합류 논의를 위해 윤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이준석과 관계를 풀면 합류하겠다”고 조건을 제시하는 등 끈을 놓지 않았다. 또 청년 지지층과 소통을 위해 홍 시장이 만든 플랫폼 ‘청년의꿈’에서도 ‘이준석 없인 대선 필패’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든든한 우군이 됐다.



尹과 李 갈등 격화에…尹과 가까워진 洪 등 돌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두 사람의 관계는 차츰 멀어졌다. 6·1 지방선거가 국민의힘 승리로 끝난 뒤 여권에선 성 접대 의혹을 받은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하는 문제가 본격화됐고, 이 과정에서 홍 대표도 결과적으로 이 전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당내 주류의 의견에 동조한 것이다.

중앙일보

2021년 10월 26일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선경선후보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시장이 윤 대통령과 너무 심하게 각을 세우는 이 전 대표에게 조언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마음이 뜨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윤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에 나선 홍 시장이 자연스럽게 이 전 대표와 거리를 두게된 것 같다”고 말했다.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뒤 극한 대립을 이어가던 이 전 대표가 지난해 8월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과 친윤계를 작심 비판하자 홍 시장은 “왜 욕먹었는지 생각해야”한다고 일갈했다.

내홍 끝에 이 전 대표의 당권이 박탈되고 지난해 9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선 뒤에는 갈등이 보다 노골화됐다. 홍 시장은 틈날 때마다 페이스북을 통해 “가까스로 정권교체가 되었는데 아직도 그들은 틈만 있으면 비집고 올라와 연탄가스 정치를 한다”며 이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을 공개 저격하곤 했다.

당내에선 홍 시장과 이 전 대표의 관계 악화를 정치적 문제로 해석한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 뒤 윤 대통령과 가까워진 홍 시장은 당내 주류와 가깝게 지내면서 차기 대선에 대한 희망을 여전히 놓고 있지 않다”며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이 전 대표를 극도로 싫어하는 상황에서 홍 시장이 이 전 대표를 공격하는 건 정치적으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두 사람의 관계를 결말이 열린 관계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야망이 있는데, 접점이 마련되면 언젠가 또 다시 한배를 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앙일보

2021년 6월 29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인뎁스(in-depth) 조사 결과 국민보고 및 미래비전 추진 계획 발표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