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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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올 한해 외교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계속 폭주하면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는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했고, 유럽에 대해서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아세안과는 “운명공동체”, 중동과는 “번영의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도 했다. 시진핑 3기 체제의 공식 출범을 맞아, 미국과는 강대강 정책의 지속을, 유럽과 아시아, 중동 등과는 협력 관계 추진을 예고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7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차 회의에서 ‘중국의 외교 정책과 대외 관계’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등을 통해 생중계됐고, 1시간50분 동안 미·중 관계에 대한 전망과 대만 해협 충돌 위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역할, 중국과 러시아, 중국과 유럽, 중국과 아세안과의 관계 등에 대한 질의 응답이 이뤄졌다.
친 부장이 이날 가장 길게 답변한 것은 ‘건강하고 안정적인 미·중 관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미국 <엔비시>(NBC) 기자의 질문이었다. 친 부장은 “얼마 전 미·중 관계에서 무인비행선 사건이 발생했다. 우발적 사건이었고 미국도 현실적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미국은 국제법 정신과 관례 등을 무시하고 피할 수 있는 외교적 위기를 조성했다”며 “중국을 최대 적수이자 지정학적 도전으로 여긴 미국이 첫 단추를 잘못 끼웠고 이성적이고 건강한 궤도에서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친 부장은 “만약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하면 아무리 많은 가드레일이 있어도 탈선과 전복을 막을 수 없다”며 “대항과 충돌로 빠져든다면 그 재앙적인 결과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친 부장은 대만 해협에서 미·중이 충돌할 위험이 크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의 몫이며, 어떤 국가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 최근 미국 고위 관리들이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이에 단호히 반대하고 고도로 경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결심과 의지,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기초 중 기초이며, 중·미 관계가 넘어선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말했다.
친 부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일관되게 평화와 대화, 냉정을 촉구했다”며 “중국은 위기의 제조자도, 위기의 당사자도 아니며, 양쪽 중 어느 쪽에도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 무슨 근거로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제재와 압박, 심지어 협박까지 하는가.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제공 가능성을 언급하며 제재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는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미국을 다각도로 비판한 친 부장은 러시아와 아세안, 유럽 등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친 부장은 중·러 관계에 대해 “강대국의 전략적 상호 신뢰와 이웃 간의 우호적인 공존의 길을 성공적으로 걸으며 새로운 국제 관계의 모델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동남아 국가들 모임인 아세안에 대해서는 “최근 이 지역 정상들이 아세안이 어떤 외부세력의 대리인이 돼서는 안 되며, 대국 게임의 소용돌이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며 “아시아는 지정학 게임의 바둑판이 아니라, 윈윈 게임의 무대가 돼야 한다. 어떤 냉전도, 우크라이나식 위기도 아시아에서 재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 대해서는 “우리는 유럽과 진정한 다자주의와 상호 존중, 윈윈을 견지하며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지속해서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진핑 주석의 활발한 외교 활동도 예고됐다. 친 부장은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서 중국 외교는 ‘가속 버튼’을 누를 것”이라며 “우리는 정상 외교를 필두로, 특히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와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등 양대 외교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중국 외교의 독특한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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