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팬 절반, 굿즈 모으려 음반구매…똑같은 판 90장 사기도”

소비자원

K-팝 팬의 절반이 굿즈(팬덤 상품) 수집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모든 종류의 포토카드를 수집하려면 같은 음반을 13장이나 사야 하고, 굿즈 때문에 90장이나 산 사람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은 K-팝 팬덤 활동 소비자의 52.7%가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한 적이 있으며 CD로 음악 감상을 하는 소비자는 5.7%에 불과했다고 7일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9∼2022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팬덤 마케팅 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는 903건이었다.

불만 유형별로는 제품 배송지연·미배송이 200건(22.1%)으로 가장 많았고 품질 불량·제품하자 168건(18.6%), 환불·교환지연 141건(15.6%) 등의 순이었다.

품목별로는 포토카드·포스터 208건(23.0%), 음반·DVD 124건(13.7%) 등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유료 K-팝 팬덤 활동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중복응답) 음반(78.9%), 포토카드(55.6%), 응원도구(43.4%) 등 상품을 평균 연 4.7회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구매금액은 ‘5만원 초과∼10만원 이하’가 27.6%로 다수였지만 100만원 이상 지출했다는 응답도 2.8% 있었다.

팬덤 마케팅 관련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는 배송지연(29.0%), 불합리한 가격책정(20.6%), 굿즈의 랜덤 지급 방식(15.2%) 등을 꼽았다.

특히 음반을 구매하는 이유(중복응답)는 음반 수집(75.9%)이 가장 많았지만 굿즈 수집(52.7%), 이벤트 응모(25.4%)라는 답도 다수 나왔다.

랜덤 굿즈를 얻기 위해 음반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194명은 동일 음반을 평균 4.1장 구매했고 가장 많게는 같은 음반을 90장까지 구매한 사례도 있었다. 이벤트 응모를 목적으로 산 102명은 평균 6.7장을 구매했고 최대 80장을 구입하기도 했다.

음악 감상 방법은 83.8%가 음원·동영상 스트리밍이라고 답했고 CD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5.7%에 불과했다.

과도한 양의 음반 구매 행위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67.8%였다.

또 음반과 연계한 팬덤 마케팅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판매량이 높은 음반 50종을 확인한 결과 음반은 포토북, 케이스 등 세부 사양에 따라 128가지 상품으로 발매됐고 음반 1개당 세부 사양은 평균 2.6가지였다.

포토카드는 대표적인 팬덤 상품으로 조사대상 음반의 96.9%가 랜덤 포토카드를 포함했다. 가장 많은 종류의 포토카드가 있는 음반의 경우 78종을 제공했고, 1장의 음반에 랜덤으로 6종이 들어있어 모든 종류의 포토카드를 수집하려면 13장을 구매해야 했다.

현재 포토카드 등 굿즈는 부가상품이 아니라 음반을 구매하는 주요 목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조사대상 음반의 온라인 구매 상세페이지에는 굿즈의 종류·수량 관련 정보만 제공할 뿐 상품 이미지 등 상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조사대상 음반 중 11장(22%)만 CD가 없는 디지털 음반 사양을 포함하고 있었다. 굿즈 수집을 위해 불필요한 CD를 다량 구매 후 폐기하는 행위를 없애려면 디지털 형태의 음반 발매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사업자에게 굿즈와 음반의 분리 판매와 환경보호를 고려한 음반 발매를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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