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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물가와 GDP

물가 오른 것보다 더 썼다…학원비 평균 월 41만원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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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워킹맘 김모(41)씨는 매년 급여가 오를 때마다 학원을 갈아탄다. 비싸고, 멀더라도 더 좋다고 소문난 학원에 등록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학원 갈아타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초등학교 입학할 때보다 학원비로 한 달에 100만원쯤 더 쓴다. 맞벌이하느라 학원 말고는 퇴근할 때까지 맡길 곳도 없다. 김씨는 “사교육은 일단 시작하면 후진이 없다”며 “소득이 늘어도 학원비가 더 들어 생활이 더 팍팍하다”고 털어놨다.

물가가 올랐지만, 사교육비는 더 뛰었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초중고생의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26조원으로 나타났다. 학생 수가 줄었는데도 전년 대비 10.8% 늘었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5.1%)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해 3~5월, 7~9월 전국 학급 3000여곳, 7만4000여명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 참여율은 같은 기간 75.5%에서 78.3%로 2.8%포인트 증가했다. 초등학교(85.2%)의 사교육 참여율이 가장 높았고 중학교(76.2%), 고등학교(66.0%) 순이었다. 교육 수요자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 사교육 업체의 '불안감 마케팅' 등의 영향으로 학부모의 사교육 의존이 더욱 심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2007년 조사를 시작한 뒤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학원이 문을 닫은 2020년을 제외하곤 꾸준히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체 초중고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11.8% 늘었다. 월평균 사교육비는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까지 포함한 평균치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만 기준으로 하면 사교육비가 52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조사는 학원비와 과외 수강료 등만 포함한다. 방과후학교 수강료와 EBS 교재비, 어학연수비 등이 빠져 실제 학부모가 체감하는 사교육비 부담은 더 클 수 있다.

사교육비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불어난다. 구체적으로 초등학생 37만2000원(전년 대비 13.4% 증가), 중학생 43만8000원(11.8% 증가), 고등학생 46만원(9.7% 증가) 수준이었다. 전체 평균으로 보면 과목별로는 영어(12만3000원), 수학(11만6000원), 국어(3만4000원) 순으로 많이 지출했다. 하지만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수학에 가장 돈을 많이 썼다.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디바이드(divide·격차)’도 확연했다. 가구 월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참여율이 높았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는 사교육비로 64만8000원,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는 17만8000원을 각각 지출했다. 사교육 참여율도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가 88.1%로 가장 높았고,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는 57.2%로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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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성적 좋은 학생이 사교육을 많이 받는지, 사교육을 많이 받는 학생이 성적이 좋은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상관관계는 있었다.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7.5%, 사교육비는 59만원이었다. 반면 성적 하위 20% 이내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54%, 사교육비는 32만3000원이었다. 시도별 사교육비는 고등학교 기준 서울(93만7000원), 경기(72만7000원), 대구(70만4000원)가 ‘톱3’를 차지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 중 하나인 ‘교육 개혁’이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면서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1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중고생 학부모는 ‘EBS 수능 연계’를 사교육비 경감에 가장 효과적인 대책(응답자의 25.5%)으로 꼽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사교육비 부담이 더 심해졌다”며 “문재인 정부 때 축소한 EBS 수능 연계를 확대하고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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