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 지출 많았던 지방정부 재정난 고려
작년 말 '위드 코로나' 전환에도 '철통 방역' 여전
지난해 1월 중국 톈진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검사소 앞에서 줄을 서 있다. 톈진=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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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32조 원에 달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예산을 책정했다. 지난해 말 '제로 코로나' 정책을 종료하고도 막대한 예산을 방역에 쏟아붓겠다는 것으로 지방 정부들의 방역 재정난 해소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6일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전날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코로나19 예방 및 통제에 1,700억 위안(약 32조 원)을 책정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올해 중국 국방 예산(1조5,500억 위안)의 10분의 1가량인 규모다.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단일 목적의 예산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지방 정부 '9조 위안 적자'에 방역비 별도 편성
이번 코로나19 예산안엔 의료 종사자에 대한 임시 보조금과 예방접종을 보장하는 항목이 담겼다. 코로나19 환자 입원 시 정부가 부담해야 할 치료비 보조금도 포함됐다. 중국이 중앙정부 차원의 코로나19 방역 예산을 공개하는 건 2020년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작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예산 편성은 제로 코로나 3년간 누적된 각 지방 정부의 재정난을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중국에서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모든 주민이 전염병 확산 정도에 따라 며칠에 한 번꼴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으며, 도시별 전수 검사를 벌이는 일도 잦았다.
막대한 예산을 방역 정책에 쏟은 각 지방 정부는 지금까지도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허난성 위창시는 PCR 기관에 검사 비용을 미납해 검사 자체가 일부 중단됐고, 윈난성 일부 지역은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해 격리시설 수용자에게 관련 비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중앙·지방 정부의 재정 적자 규모는 8조9,600억 위안(약 1,670조 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드 코로나' 전환 뒤 첫 양회... 여전히 고강도 방역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여러 지방 정부가 지난해 방역에 들인 지출 규모를 공개한 뒤 이번 예산이 책정됐다"며 지방 정부의 방역 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치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예산안을 두고 "향후 또 다른 팬데믹이 재발했을 경우, 필요에 따라 지난 3년과 같은 고강도 방역을 되풀이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번 양회는 지난해 말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한 뒤 열린 첫 번째 국가 행사지만, 여전히 고강도 방역 태세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 등 최고 지도부 인사들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가 마스크를 착용했다. 참석자와 취재진에 대해 행사 전날까지 격리와 PCR 검사를 요구하는 등 제로 코로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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