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직장인.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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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행진하던 물가가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전기·가스·수도요금 상승세가 두드러져 안심해선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년=100)로 1년 전보다 4.8% 올랐다. 지난해 4월(4.8%) 이후 5~6%대를 유지하다 10개월 만에 4%대로 떨어졌다. 올해 1월(5.2%)보다는 0.4%포인트 하락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물가 상승률이 4%대로 내려간 건 고무적이다.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5.1%)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해 7월엔 6.3%까지 치솟아 정점을 찍었다. 이후 완만하게 둔화하다 11월(5.0%)→12월(5.0%)→올해 1월(5.2%) 바닥을 다졌다. 그리고 지난달에 4%대로 떨어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잠시 주춤했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됐다”며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이 둔화한 건 국제 유가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국제 유가는 단순히 기름값뿐 아니라 석유로 만드는 일반 공산품 등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해서다. 2월 석유류 물가는 1.1% 하락했다. 2021년 2월(-6.3%) 이후 처음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휘발유(-7.6%), 자동차용 LPG(-5.6%) 가격 하락 폭이 컸다.
먹거리 중에선 축산물이 2.0% 하락해 식탁 물가를 끌어내렸다. 2019년 9월(-0.7%) 이후 3년 5개월 만에 하락했다. 국산 소고기(-6.1%), 수입 소고기(-5.2%)가 떨어졌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 상승률은 5.5%로 전월(6.1%)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4.8% 올라 전월(5.0%)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단속하겠다고 나선 공공요금이 들썩거렸다. 전기·가스·수도의 2월 물가가 28.4% 올라 별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달(28.3%)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했다. 구체적으로 전기료가 29.5%, 도시가스료가 36.2%, 지역 난방비가 34.0% 각각 올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상수도 요금을 올린 영향으로 전달보다 상승률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고하저(上高下低)’ 물가 흐름을 예측한 정부는 물가와 총력전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공공요금을 상반기 동결한다는 기조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주요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해 식품 원재료 관세 인하 등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관련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주재한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3월 소비자 물가도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해 상당폭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4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3월 물가상승이 둔화할 경우 기준금리를 동결할 여지가 생긴다. 한은 안팎에서는 ▶물가상승률 5% 이상 지속 시 기준금리 인상 ▶3~4%대로 하향 시 기준금리 동결 ▶2~3%대로 물가안정 목표치 가시화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다봤다.
한편 이날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월 기준 서울에서 비빔밥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1만115원으로 지난해보다 8.7% 상승하며 '1만원 시대'를 개막했다. 짜장면은 13.9%나 오른 6569원을 기록했다. 냉면은 1만692원(9%), 삼겹살(200g)은 1만9001원(12.1%)으로 나타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등 지난해 크게 오른 물가가 시차를 두고 일상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기저효과 때문에 물가가 서서히 안정되겠지만, 장바구니 물가 체감 폭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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