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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멸하는 LED 숫자 대신 숫자 구슬을 흩뿌렸다...아날로그 감성 품은 디지털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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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마 타츠오 개인전

한남동 갤러리바톤

“숫자 하나가 소우주”

관객과 합쳐 예술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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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erical Beads Painting -007 (2022) <사진제공=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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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erical Beads Painting-000 (2022) <사진제공=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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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아날로그를 품었다. 캔버스에 숫자가 적힌 구슬들이 별처럼 불규칙하게 박혀 광활한 우주를 표현했다. 그림에서 떨어진 듯한 구슬들이 바닥에 굴러다니며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리움미술관 입구 바닥처럼 점멸하는 숫자 LED(발광 다이오드) 작품 등으로 ‘디지털 전도사’ 이미지가 강한 일본 현대미술가 미야지마 타츠오(66)가 ‘Beads Painting(구슬 회화)’를 처음 선보였다. 한남동 갤러리 바톤에서 펼친 개인전 ‘Infinite Numeral(무한 숫자)’ 현장이다.

거대한 단색화 같은 그림에 가까이 가보면 연필로 촘촘히 그려진 격자무늬 안에 다양한 숫자 구슬이 달려 있다. 금·은이나 검정, 빨강, 노랑 등 기본색이 구술 아래 깔려 성운(星雲)이나 지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야지마 작가는 “빅뱅 이후 우주를 형상화하고 싶었다”며 “숫자와 숫자가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을 통해 ‘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영원히 계속된다’는 3가지 컨셉을 탐구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콩알처럼 작은 구슬들이 소우주와 같아 이를 배열해 거시적인 우주를 표현하고자 마음먹었고, 코로나19로 격리된 기간 작품으로 발전시켰다.

작가는 밀레니얼을 앞둔 1999년 제48회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개인전에서 2400개의 청색 LED가 점멸하는 작품 ‘Mega Death’을 선보이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 속 LED는 각기 다른 속도로 0을 제외한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역순으로 반복한다. ‘시간’이라는 추상적이고 비물질적인 개념이 단위 LED로 치환되어, 각각 하나의 존재를 표상하며 카운트다운 속도와 광색의 차이로 개별성을 드러낸다.

신작은 캔버스에 그리드를 만들고 컴퓨터 시스템으로 무작위 추출된 숫자의 구슬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빈 공간은 완전한 무(無·Void), 불규칙하게 칠해진 격자는 ‘On’, 숫자 구슬을 품은 격자는 ‘Off(정지)’를 뜻한다. 컴퓨터로 숫자를 배치하는 것은 인간의 의식이나 감정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다. 그것이 자연 상태에 더 가깝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동안 변화하는 숫자를 디지털 소자로 표현해오던 방식에서 평면 회화로 전환하면서 아쉬움이 남아 마치 구슬들이 그림에서 흘러내린 것처럼 바닥에 깔았다. 어린아이들이 작품 바닥의 구슬을 굴리는 등 순수하고 친근하게 반응하는 모습에 더 넉넉히 뿌렸다. 예술이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침투돼 연결되는 순간이다.

“예술은 예술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있고 나서 예술이 있을 수 있다. 사람과 관계를 연결하고 소통하면서 예술로 남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동일본지진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한 도호쿠 프로젝트 ‘Sea of Time’을 지역주민 3000명과 함께 2027년까지 10년간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본인의 상징 같은 디지털 숫자가 박힌 이세이미야키 협업 재킷을 입고 등장해 자기 철학을 온몸으로 알리려는 듯 했다.

구슬 회화와 LED 연작 신작을 보고 난 후 전면 전시장(Blue Baton)에 오면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융합된 공간이 펼쳐진다. ‘Chaging Landscape/Changing room’(2023)이 전면 창에 바른 미러 필름 사이 뚫린 디지털 숫자판을 통해 외부 자연광을 실내로 쏘아주면, 맞은편 작품‘C.T.C.S Flower Dance’(2017)의 거울 유리에서 LED 숫자판이 점멸한다.

이 작품이 측면에 걸린 검은 배경의 LED작품 ’Eighty Lives-01’(2022)과 구슬 회화 ‘Numerical Beads Painting-010’(2022)은 물론 관람객 모습까지 모두 품어 이 공간 전체가 또 다른 작품이 된다. LED 숫자마다 다른 속도로 명멸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외부 빛의 변화가 더해져 환상적인 체험의 시공간을 연출한다. 특히 오후 4시경 자연광과 인공광이 조화를 이뤄 절정에 달한다.

전시는 4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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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마 타츠오 <사진제공=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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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Landscape/Changin Room (2023) 설치 전경 <사진제공=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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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erical Beads Painting(2022)연작과 Vertical Green(2022) 전시전경 <사진제공=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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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마 타츠오 전시 전경 <사진제공=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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