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량 지속 감소 등 영향…올 2월 도매가격 작년보다 10.2% 하락
민주당, 정부가 수급 조절에 개입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촉구
대통령실·여당, 수매 의무화 땐 과잉 생산 조장…부작용 거론하며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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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째 5%가 넘는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쌀 가격만 지속 하락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벼농사가 풍년을 맞아 공급량은 늘어난 반면, 쌀 소비량은 수십년째 감소하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풍년의 역설’이다.
야당은 정부가 나서 공급량을 조절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1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상품 등급 쌀 20kg의 도매가격은 지난달 월 평균 4만6909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2% 하락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쌀 가격은 2021년 11월 전년 동월 대비 1.4% 하락으로 전환한 뒤 지난 1월까지 15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유독 쌀만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쌀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지난해까지 2년간 풍작으로 수확량이 늘어난 데다 밥을 적게 먹으면서 수요 감소가 맞물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350만7000t이었던 쌀 생산량은 2021년 388만2000t으로 10.7% 증가했다. 지난해 생산량(376만4000t)은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풍작이었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양곡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양곡소비량은 64.7㎏으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1인당 연간 양곡소비량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매년 감소해 왔는데, 지난해 소비량은 30년 전(124.8㎏)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쌀 등 곡물 가격이 작황에 따라 공급량 편차가 커지면서 수개월 연속 장기 등락을 보이는 것은 이전부터 수차례 반복되던 고질적인 문제다.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합의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주도의 쌀 수급조절 방안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내놨다.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매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공공비축용과 시장격리용으로 각 45만t씩 90만t의 쌀을 사들이면서 공급을 줄였는데, 향후에는 이 같은 조치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법으로 못 박겠다는 것이다. 매번 쌀 매수를 놓고 정부가 농가와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을 사전에 막자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개입의 부작용을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정부가 과잉 생산될 때마다 의무적으로 쌀을 사들이면 과잉 생산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대안으로 올해부터 1121억원을 투입해 쌀 대신 밀·콩·가루쌀 등을 재배하는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전략작물직불제’를 본격 시행한다.
전문가들은 쌀이 과잉 생산될 경우 일정 물량은 의무적으로 시장과 격리하되, 생산 측면에서도 대체 작물 재배를 의무적으로 확대하는 등 양쪽 방안을 병행 적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병선 먹거리연대 정책위원장(건국대 교수)은 “강제로 가격 보정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면 생산에 대한 규제도 강제성을 띠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무작정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격리 물량을 늘리는 동시에 대체 작목을 개발해내고 이를 (농민들이) 확대 재배할 수 있도록 설득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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