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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일본 6G, 한국 AI, 중국 로봇···‘모바일 올림픽 삼국지’[MWC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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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모션 쉐어링’ 미래 보여준 일본 NTT 도코모

챗GPT 넘어 ‘대화형 AI’ 진화 선보인 SK텔레콤·KT

싸구려 편견 깨고 ‘로봇 시장’ 진출 선언 중국 샤오미

경향신문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3’ NTT 도코모 부스에서 6G 상용화 시 실현 가능한 ‘모션 쉐어링 플랫폼’을 시연하고 있다. 구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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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팔에 모션 센서를 찬 일본인 리큐가 왼손을 아래로 내리고 주먹을 쥐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옆에 있는 로봇이 동시에 같은 동작을 따라 하며 왼팔로 접시를 잡았다. 이어 리큐가 오른손을 비슷한 높이에 놓고 손목을 돌리자 로봇이 대나무로 만든 거품기를 접시에 집어넣고 휘휘 저었다. 리큐와 로봇 사이에 놓인 디스플레이에는 이들이 수행하는 동작의 명칭과 움직이는 부위가 표시됐다.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 행사장에서 일본 통신업체 NTT 도코모는 6세대(G) 이동통신 기반의 ‘모션 쉐어링(동작 공유) 플랫폼’을 시연했다. NTT 도코모 직원은 “6G의 초고속, 대용량, 초저지연 특성을 활용하면 인간의 동작을 로봇이 실시간으로 모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과 로봇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모션 쉐어링이 가능했다. NTT 도코모 부스 앞에 3명의 사람이 2대의 드럼에 나눠 앉았다. 지휘자인 빅터가 오른손으로 전자드럼 심벌을 스틱으로 쳤다. 그러자 모션 센서를 오른손에 찬 와타루의 손도 함께 움직였다. 빅터가 왼발로 드럼 페달을 받자 이번에는 또 다른 사람인 제시의 왼발이 반응했다. 6G가 상용화되면 원격으로 악기 교육을 받고 전문가의 솜씨를 입문자가 단시간에 따라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란 게 실감났다.

NTT 도코모는 6G 시대가 도래하면 순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많아져 촉각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사 직원이 오른손 검지에 촉각센서를 끼고 지퍼를 여닫자 촉각 전달 기기를 손에 쥔 기자의 오른손에 동일한 느낌이 전해졌다. 부스 소개 영상에는 집에서 병에 걸린 아이의 가슴에 엄마가 손을 대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의사가 심장 박동을 듣고 신체 이상 여부를 판별하는 모습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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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스웨덴 통신업체 에릭슨이 ‘MWC 2023’ 행사장에 차린 6G 체험 공간 입구. 구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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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통신업체 에릭슨도 사전에 방문을 신청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6G 서비스를 소개했다. 에릭슨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6G 환경에서 ‘디지털 트윈’을 킬러 콘텐츠로 예상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기계, 사물, 사람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도구다. 이 기술은 실제 제품 등을 만들기 전 모의시험을 통해 예견 가능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활용된다.

에릭슨 부스에 마련된 6G 체험 공간에서는 모니터를 통해 스웨덴 스톡홀롬의 한 건물 주차장을 재현한 화면을 볼 수 있었다. 게임을 하듯 조이스틱을 조정하자 가상인간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가상인간이 기지국 반경을 벗어나 건물 모서리로 이동하자 통신 음영지역이라는 표시가 떴다. 에릭슨은 가까운 미래에 설치될 6G 기지국 실물 장비도 전시했다. 에릭슨 직원은 “6G는 2024년 표준화를 거쳐, 2028년 장비 제작, 2030년 상용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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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MWC 2023’ SK텔레콤 부스에 차려진 초거대 AI 서비스 ‘에이닷’ 서비스 작동 모습. 구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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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신사들은 챗GPT 열풍에 영향을 받아 인공지능(AI)을 전시장 전면에 내세웠다.

SK텔레콤 부스에서 초거대 AI 에이닷에게 “오늘은 성적이 안 나와”라고 말하자 “골프 얘기야?”라며 최근 대화 내용을 복기해 화답했다. 친구와의 통화 상황을 가정한 연출에서 “다음주 수요일에 만나자”라고 얘기하자 스마트폰 캘린더에 일정이 자동으로 입력됐다. 부스를 둘러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텔레콤의 ‘AI 컴퍼니’ 전환에 대해 “지금까지 키워온 기술이 있는데 좀 더 결합, 융합하면 훨씬 더 좋은 형태의 기술이 될 것으로 본다. 사회와 사람에 기여하는 인공지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T는 개방형 AI 연구개발 포털 ‘지니랩스’에 올라온 ‘비전 AI’ 기술을 전시했다. 밥상에 올라온 음식들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올리자 열량과 나트륨 함량 등이 저절로 계산돼 숫자로 제시했다. 살고 있는 집의 평면도를 업로드하면 3차원(D) 입체 공간이 나타나 모의로 가구 배치를 하는 것도 가능했다. AI가 탑재된 인터넷(IP)TV는 고객이 “오늘 날씨 알려줘”라고 하면 “내일 날씨도 알려드릴까요”라고 되묻는 ‘상황 인지’ 대화까지 구사했다.

두 회사는 초거대 AI의 심장격인 AI 반도체도 선보였다. KT와 협업 중인 설계기업(팹리스) 리벨리온은 오는 5월 새로운 반도체 칩 공개를 앞두고 있다. KT는 자사 초거대 AI 모델 ‘믿음’과 챗GPT의 차이에 대해 “KT 모델이 훨씬 작아서 16분의 1 사이즈로도 동급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다”고 했다. SK텔레콤과 한 배를 탄 팹리스인 사피온은 현장에서 손톱 크기만 한 반도체를 보여주고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전력 소비는 40%가량이고 성능은 1.6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샤오미는 이번 MWC에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로봇을 들고나왔다. ‘사이버 도그’라고 이름 붙인 개 모양의 사족보행 로봇은 직원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명령하는 대로 움직였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다가 점프를 하고, 손을 들어 관람객들을 향해 악수도 청했다. 앞으로 가는 것뿐 아니라 뒤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했다. 살아 있는 동물처럼 뒷무릎만 굽힌 채 앉아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전시장의 직원에게 “뒷발로 지탱해 앞발만 들고 서는 것도 가능하냐”고 묻자 보란듯이 해당 포즈를 취하게 하더니, 덤으로 발을 비틀어 애교까지 부리게 했다. 저가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을 팔아 유명세를 얻은 샤오미에서 로봇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하던 의구심이 달아났다. 실제 동물의 관절을 있는 그대로 구현한 것 같아 놀랐다. 이 직원은 “미래에 사이버 도그는 사람들이 들어가기 어려운 화재 현장 같은 위험 상황에 조기 투입돼 주변을 살피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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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MWC 2023’ 샤오미 부스에서 사족보행 로봇 ‘사이버 도그’가 앞발을 들고 관람객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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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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