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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조선업 단가 후려치기 등 막는 원하청 상생협약... 현장선 "이중구조 해결 못 해"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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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7일 오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열린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 협약식에서 이정식(앞줄 왼쪽 네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두겸 울산시장, 조선 5사 원청·협력업체 대표 등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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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청 노동자 간 극심한 임금격차 등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이 필요한 산업 분야로 꼽혔던 조선업계가 원하청 상생 협약을 내놨다. 원청은 하청에 적정 수준의 기성금을 지급하고, 하청은 하청노동자의 임금 인상과 임금체불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협약 이행을 돕고 노동자 참여도 정책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노동계에선 "협약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청은 기성금 올리고 하청은 임금 올리고... 27가지 상생과제 협약


고용노동부는 27일 울산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11월 전문가·원하청 사용자·정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조선업 상생협의체'를 통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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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오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열린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 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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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27개 실천과제로 구성된 상생협약에는 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방안이 담겼다. 조선업계는 하청노동자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원하청 간 보상의 격차 축소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원청은 하청의 생산성 향상 노력에 따라 적정한 기성금을 지급하고, 하청은 노동자의 임금 인상률을 높이는 식이다. 또 용접 등 특정 공정을 숙련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고,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에스크로 결제 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원청이 인건비를 에스크로 계좌에 이체해 뒀다가, 하청이 소속 노동자에 인건비를 줬는지 확인한 뒤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청노동자의 4대 보험 누락을 막기 위해 원청은 하청의 보험료 납부가 이뤄지도록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정부는 성실 납부한 하청에 대해 연체금 면제, 체납처분 유예 등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상시 업무에 '물량팀'이라 불리는 재하도급 사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원하청이 대화를 통해 협약을 마련한 점에 의의를 두고, 다른 업종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해당사자가 중심이 돼 스스로 해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상생과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며 "노동계까지 참여하는 보다 큰 틀의 상생협의체 구성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해도 그만'인 협약... 이중구조 해결 못 해" 비판


다만 노동계는 협약이 '적정 기성금', '상응하는 임금 인상률' 등 추상적 문구로 채워져 구속력 있는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기성금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당장 올해 기성금도 예년 수준의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에스크로 계좌가 도입된 곳에서도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책이 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 '물량팀' 최소화 방안으로 언급된 '프로젝트 협력사 전환'이 오히려 재하도급을 공식화하고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조선업계 전문가는 "비공식적 존재인 물량팀을 없애겠다는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재하도급을 인정하고 공식화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프로젝트 협력사는 단기고용에 포괄임금을 받아 다단계 하도급처럼 처우가 열악하긴 매한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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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중공업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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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상생협약의 과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효래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개선된 방안을 내놓은 것은 맞지만, 원하청 기업에 재량권이 대단히 많아 보여 노동자가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 필요한 숙련도나 난이도 평가를 어떻게 할지, 적정임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정부가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협약을 추진하고 성과를 냈다는 점, 제도 개선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세부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협약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 노동자가 반드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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