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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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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로봇이 불량 잡고 창고로 이송… 경동나비엔 서탄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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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경기도 평택시 경동나비엔 서탄공장. 가스조립동의 1층 조립라인에 들어서자 작업자들 앞에 한 대씩 놓여있는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 화면에는 작업자가 조립하고 있는 부품의 생산년도가 표시돼있었다. 불량 제품이 발생하면 어떤 부품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요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립라인의 끝에는 외관상 결함을 잡아내는 협동로봇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로봇은 검시자들이 1차적으로 누수·누설검사를 마친 제품을 받아 내·외부 사진을 찍은 뒤 정상 제품의 사진과 비교해 결함을 잡아낸다. WT생산팀 예정욱 매니저는 “로봇은 검사단계에서 놓칠 수 있는 스티커 역부착 문제 등을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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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조립동에 배치된 로봇이 부품이 조립된 보일러의 사진을 찍어 정상 제품의 사진과 비교하고 있다./경동나비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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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스·도장 공정은 100% 자동화”… 생산 공정 곳곳에 로봇 배치

2014년 가동을 시작한 경동나비엔 서탄공장은 13만2000㎡(약 4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단일 공장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의 보일러 및 온수기 생산공장이다. 가동을 시작할 당시 연간 생산규모는 120만대였지만, 지속적으로 생산 라인을 증설해 현재는 연간 200만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서탄공장의 생산량이 급증한 배경에는 공장 준공과 함께 도입된 3단계 자동화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 서탄공장은 생산·검사·물류에 이르는 공정의 곳곳에 기계와 로봇을 배치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 작업 강도가 높은 프레스(보일러 커버 제작)·도장 과정은 로봇이 전담하고, 작업자는 부품 생산 및 제품 조립을 담당한다.

보일러 생산의 첫 단계인 프레스·도장 공정은 가스조립동의 2층에서 진행됐다. 두 공정 모두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는 100% 자동화 공정이다. 프레스 기계가 철판 상태의 케이스를 생산하면, 고리식 레일에 걸린 상태로 도장 라인으로 보내졌다. 커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은 약 50도의 고온에서 진행됐다. 예 매니저는 “프레스 라인에서는 하루동안 보일러 케이스 약 8000대를, 도장 라인에서는 6000대를 생산한다”고 했다.

2층에서 생산된 보일러 케이스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1층의 조립라인으로 내려왔다. 기계음이 심한 프레스·도장라인과 달리 조립라인은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열교환기와 순환펌프 등 부품을 작업자가 직접 제작·조립하고, 보일러 커버와 결합한다. 정교한 작업이 필요한 만큼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게 경동나비엔 측의 설명이다. 완성된 제품은 안전성 검증 후 박스 포장 과정을 거쳐 다시 2층의 적재·랩핑 라인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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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공정에 배치된 로봇이 보일러를 수출국별로 분류해 적재하고 있다./경동나비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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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랩핑(포장)부터 물류창고 이송에까지 이르는 과정은 전부 로봇이 전담했다. 2층의 한편에는 ‘이재기’라고 불리는 로봇이 박스를 집어 팔레트에 쌓고 있었다. 모델별로 다른 적재수량과 수출지역에 맞게 박스를 모으는 것이 로봇의 역할이다. 다음엔 랩핑 로봇이 상품을 실은 팔레트 12개가 모이면 비닐로 상품 묶음을 감싸 자동창고로 이송하고 있었다. 자동 창고는 최대 5만대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배형민 관리부문장은 “서탄공장에서는 자동화 기기를 통해 주요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립해 제품 생산 라인에 공급하고, 도장·프레스 등 위험공정은 100% 로봇 자동화를 달성해 작업자들의 피로도를 낮췄다”면서 “생산·검사·물류 과정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 4만평 규모 보일러 공장…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이 접목된 서탄공장은 경동나비엔의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탄공장이 건설된 2014년 4289억원을 기록했던 경동나비엔의 매출은 2021년 1조원을 넘어서며 업계 신기록을 썼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에서 2017년 50%를 넘어선 후 2021년 64.2% 수준으로 높아졌다. 경동나비엔은 업계 전체 수출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공장 증설을 통해 회사를 또 한번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앞으로 서탄공장의 규모를 현재의 2.5배인 10만평으로 넓힐 계획이다. 현재 연간 200만대 수준인 생산규모를 2026년까지 연간 439만대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 생산·검사·물류 등 과정의 자동화율을 더 높이고 통합 생산관리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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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경동나비엔 서탄공장 전경./경동나비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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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탄공장의 북쪽과 서쪽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부지가 남아있다. 공장 증설을 위해 남겨둔 부지인 것이다. 배 부문장은 “현재 전체 10만평 부지 중 73%를 매입해 공장 증설 승인 조건인 50%를 넘겼다”면서 “공장 확장은 대지비용을 제외한 신규투자 비용만 약 1200억원을 넘어서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확장 과정에 생산·조립라인도 재조정될 전망이다. 경동나비엔은 내년 말까지 서탄 공장의 북쪽에 ‘부품동’을 지어 열교환기 등 주요 부품 생산 라인을 분리할 예정이다. 2025년 말에는 서쪽에 관체동을 하나 더 지어 기름보일러를 비롯해 회사의 전략 제품까지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방침이다. 자동창고도 25만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확장한다.

◇ HVAC부터 수소 보일러까지… 새로운 먹거리 찾는 경동

경동나비엔은 새로운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주력 제품인 콘덴싱 보일러를 비롯해 미국·유럽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북미시장에서는 냉난방공조(HVAC)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HVAC은 주거 환경과 밀접한 난방과 냉방, 환기 등 실내 공기질 관리를 뜻하는 공조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기존에는 보일러, 에어컨 등 한 가지 역할을 하는 제품을 통해 각각 관리했지만, 현재는 이를 통합 관리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는 HVAC 제품의 일종인 ‘가스 퍼내스’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온도가 높은 연소 배기가스로 공기를 가열한 후 실내로 공급하는 제품이다. 보일러는 연간 50만대가 팔리고 있지만, 가스 퍼네스는 450만대가 팔릴 정도로 시장 규모가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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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나비엔이 북미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하이드로 퍼내스'./경동나비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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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나비엔은 물을 활용하는 ‘콘덴싱 하이드로 퍼내스’를 출시해 미국 시장을 정조준한다. 물과 공기의 열교환을 통해 따뜻해진 공기를 실내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공기의 질이 쾌적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콘덴싱 기술이 접목돼 에너지 효율도 높다.

수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유럽 시장에는 ‘콘덴싱 수소보일러’를 출시한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영국에서 판매 중인 콘덴싱가스보일러가 ‘수소 레디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수소 20%가 혼합된 도시가스에서 정상 작동되는 제품은 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경동나비엔은 현재 100% 수소로 운영되는 콘덴싱 보일러를 개발하고 있다.

김용범 경동나비엔 영업마케팅 총괄임원은 “경동나비엔은 ‘에너지와 환경의 길잡이’라는 사명처럼 아시아 최초로 개발한 콘덴싱 보일러, 북미 시장에서 친환경 트렌드를 선도한 콘덴싱 온수기 등으로 글로벌 에너지시장을 선도해왔다”면서 “앞으로 전세계 HVAC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온정 기자(warmhear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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