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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영끌족 구하기’ 후폭풍...빚더미 줄지 않는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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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협회 ‘세계 부채 모니터’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중
21년과 비교해 6->3위로 ‘껑충’
기준금리 인상 효과 제한적이고
‘영끌족’ 연착륙 조치도 영향
기업 빚, 수치도 순위도 전보다 악화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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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의 가파른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제한된 통화정책 효과, ‘영끌족’ 연착륙 조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건전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24일 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 모니터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02.8%를 기록하며 조사대상 62개국 중 3위로 나타났다. 1위는 스위스(128.0%), 2위는 호주(112.2%)였다. 2021년 4분기 105.8%로 한국이 6위였던 데 비해 3계단이나 뛰었다. 1년 간 3%포인트 줄었지만 당시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던 캐나다, 덴마크 등의 디레버리징 속도가 훨씬 빨랐고 레바논이 집계에서 빠진 여파다.

한국은행 ‘2022년 4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4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749조 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조 8000억원 줄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2년 이후 첫 감소지만 세계적 긴축 기조 속에서 속도가 외국만큼 빠르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준금리 인상 폭부터 해외에 비하면 완만했다. 한은은 2022년 1월 1.25%였던 기준금리를 11월 3.25%까지 2%포인트 올렸지만 캐나다와 덴마크 중앙은행은 더 매파적이었다. 캐나다중앙은행은 지난해 정책금리를 0.25%에서 4.25%로 4%포인트 올리며 인상 폭이 한국의 두 배였다. 덴마크중앙은행은 연간 인상 폭은 한국과 비슷했지만 한 번에 많이 올렸다. 0.5%포인트 인상이 단 한번이었던 한은과 달리 0.5~0.75%포인트 인상이 많았다.

기준금리가 올라도 금융당국 시장 개입에 통화정책 효과가 제대로 파급하지 못한 것도 디레버리징 지연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상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은행의 예금, 대출 금리도 올라 가계는 부채를 상환하고 예금을 늘리며, 기업은 투자를 줄이는 체계가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에 압박을 가해 시중금리 상승을 억제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감원 개입으로 인해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가 분명히 제한됐다”며 “디레버리징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책 영향도 있다. 정부는 그간 안심전환대출,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통해 소위 ‘영끌족’들이 곧장 부채를 상환하도록 하기보다는 당면한 부담을 줄이고 천천히 갚을 수 있도록 유도해오고 있다. 또 다음달부터는 최대 3년 간 원금상환을 유예해주는 금융권 ‘프리워크아웃’ 대상이 주택가격 6억원 미만에서 9억원 미만으로 확대된다. 주택담보대출 대출자 중 9억원 미만 주택 보유자이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70% 이상인 경우 최대 3년간 거치(이자만 상환) 기간이 적용되는 원금상환 유예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디레버리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월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는 상당한 중장기적 위험이고 구조적 문제”라며 “지금 우리나라가 디레버리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도 최근 한은 블로그에서 “국내 주택가격이 단기간내 급등한 측면이 있고 가계부채 누증과 연계되면서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며 “중장기 시계에서 어느 정도의 주택가격 조정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은 우리 경제가 건전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썼다.

기업부채는 순위도 올랐고 비중도 늘었다. 2022년 4분기 말 GDP 대비 비금융기업 부채 비중은 118.7%로 전년 동기 113.7% 대비 5%포인트 증가해 18위에서 14위로 4계단 뛰어올랐다. 2021년 4분기 116.5%로 17위를 차지하며 한국보다 한계단 높았던 일본은 2022년 4분기 116.7%로 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쳐 15위를 기록해 한국보다 상황이 개선됐다. GDP와 비교했을 때 한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보다 부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170조 3145억원으로 2021년 12월 말 1065조 6836억원보다 104조 6309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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