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뮤지컬 15만원' 공식 깨질까…티켓값 줄줄이 인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시작으로 16만∼19만원 티켓 속출

연극도 10만원 돌파…"마니아 문화 될 수 있어" 우려도

연합뉴스

뮤지컬 '물랑루즈!' 공연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수년간 이어지던 눈치 게임의 신호탄일까. 혹은 일부 아웃라이어(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특이한 사례)들이 만들어낸 착시 효과일까.

지난 5년여간 암묵적으로 뮤지컬 가격의 상한선으로 여겨졌던 'VIP석 15만원'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막한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VIP석을 16만원에 판매하며 시작된 가격 인상은 '물랑루즈!' 18만원, '베토벤' 17만원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다음 달 30일 개막하는 '오페라의 유령'이 VIP석 19만원, R석 16만원, S석 13만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런 뮤지컬 티켓 가격 인상은 최근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연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만원이 넘는 11만원에 VIP석을 판매하며 다른 장르로도 이어지고 있다.

물가 인상과 공연 제작 환경의 변화가 반영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과 동시에 한 번 올라간 가격이 새로운 기준이 되어 관객 유입의 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뮤지컬은 그동안 각 작품의 제작비 차이와는 관계없이 암묵적으로 설정된 가격 기준에 따라왔다.

2001년 국내 뮤지컬 시장 성장의 출발점이 된 '오페라의 유령' 초연이 처음으로 VIP석을 15만원에 판매하며 한 차례 기준을 높였으며, 이후 10만∼14만원대에 최고 가격을 형성하다 2018년쯤부터 15만원으로 기준이 굳어졌다.

이렇게 이어지던 15만원 공식이 지난해부터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이는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국내 제작사 공연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해외 배우와 제작진이 내한하는 뮤지컬의 경우에는 20만원 내외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쇼노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작사 측은 팬데믹 이후 벌어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공연계만 피해갈 수는 없는 법이라고 호소한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인건비, 제작비, 세트와 배우들을 이동시키는 비용 등 모든 비용이 오른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연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과 국내 공연의 경계가 최근 흐려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이라도 해외 제작진, 창작진과의 협업이 늘면서 내한 공연에 준하는 제작비가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랑루즈!'는 국내 제작사 CJ ENM이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공동 제작으로 선보였던 작품으로, 지난해 열린 한국 공연에도 미국·호주 공연과 동일한 창작진과 스태프 등이 참여했다.

개막 예정인 '오페라의 유령'도 라이선스 공연이지만 영국, 호주 등에서 사용되는 무대 장치와 세트를 그대로 들여오고 해외 제작진이 내한하는 등 오리지널 공연과 같은 규모라는 게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연합뉴스

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제는 이러한 티켓 가격 인상이 안 그래도 마니아 위주로 발달한 뮤지컬 시장의 관객층을 더 좁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지도가 높은 스타 배우들에 의존하는 스타 마케팅이 가격 인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실제로 대중들이 뮤지컬을 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높은 티켓 가격을 꼽는다"며 "지금도 비싼 티켓이 더 비싸지면 자칫 공연이 소수의 애호가나 마니아들의 문화로만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 교수는 "장기 공연이 어려운 지금의 구조로는 제작사도 수익성이 떨어져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고 티켓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장기 공연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뮤지컬이 가진 관광·경제적 효과를 고려한 세제 혜택 등 제작사와 관객의 부담을 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