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박씨처럼 직장인 월급은 늘었을지 모르지만, 물가까지 고려한 실질 소득은 뒷걸음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은 물가에 이자 부담이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4.1% 늘었다.
하지만 소득에서 물가 상승 영향을 뺀 4분기 실질 소득은 1.1% 줄었다. 실질 소득 감소 폭은 2016년(-2.3%)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실질 소득은 지난해 3분기에도 1년 전보다 2.8% 줄었다. 2021년 2분기(-3.1%) 이후 5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2분기 연속 하락세다. 소득이 올랐지만, 물가가 더 큰 폭으로 올라 빛이 바랬다.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 건 다락같이 오른 물가 때문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5.1%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다. 2011년 이후 연간 물가 상승 폭은 3%를 넘긴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큰 폭으로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막대한 돈이 풀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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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상황은 팍팍한데 지출은 소득 증가 폭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4분기 지출은 362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6.4% 늘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 지출은 0.6% 증가했다. 고물가로 허리띠를 졸라매 실질적인 소비 지출은 줄었다는 뜻이다. 특히 세금과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이 92만8000원으로 8.1% 증가했다. 증가 폭은 2019년 4분기(9.6%) 이후 3년 만에 가장 컸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실제 쓸 수 있는 돈)은 390만5000원이었다.
비소비지출에서 주목할 만한 항목은 이자비용(11만1000원)이다. 1년 전보다 28.9% 폭증해 비소비지출의 12%를 차지했다.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에 1인 가구를 포함한 2006년 이래 가장 많이 늘었다. 지난해 4월부터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여파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금액으로 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율로 보면 신용대출에서 각각 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출 항목에서 물가 인상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기·가스요금 등 냉·난방비를 포함한 연료비 지출이 16.4% 급증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6년 이후 전 분기를 통틀어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교통비 지출 상승 폭도 16.4%로 같았다.
외식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음식·숙박 지출은 14.6% 올랐다. 불황에도 좀처럼 줄이지 않는 교육비도 지출 증가 폭(12.2%)이 두드러졌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 지출을 빼고 남은 가계 흑자액(120만9000원)은 1년 전보다 2.3% 줄어 2분기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흑자율(30.9%)은 같은 기간 1.7%포인트 하락했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해 80만명대로 늘었던 취업자 수가 올해 10만명대로 줄어드는 등 소득 증가세마저 꺾일 수 있다”며 “물가를 잡지 못하면 소득이 늘어도 체감할 수 없는 ‘불황형 흑자’의 그늘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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