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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코로나 3년 이 악물고 버텼는데"…전기·가스비 폭탄에 "이대로면 폐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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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자, 1월분 고지서에 속앓이…"죽으라는 거냐"

"울며 겨자먹기 겨우 버텨"…전문가 "세심한 대책을"

뉴스1

관악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정현자씨가 가계부를 펼쳐 보이고 있다. 2월 가스비만 360만원을 넘는다. ⓒ 뉴스1 한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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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지난해 12월 264만원까지 치솟더니 1월에는 362만원이 나왔네요."

서울 관악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정현자씨(83·여)가 가계부를 펼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는 "1월분 가스비 고지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20년 넘게 숙박업을 했는데 이런 액수는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폭탄'과 같은 1월분 도시가스와 전기 요금 고지서가 청구되면서 숙박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숙박업자들은 "이 악물고 코로나 3년을 버티니 돌아온 건 공과금 폭탄"이라며 이대로면 남은 것은 폐업뿐이라고 속앓이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가스·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가닥을 잡아 요금 부담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신림동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모씨(52)는 "가스·전기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손님 지갑은 닫히니 숙박업자는 죽으라는 것"이라며 "앞으로 더 올린다고 하니 이제 그만두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관악구에 위치한 숙박업소를 인수한 장인춘씨(68)는 "간판·냉장고 말고는 전기를 쓰지 않는데 전기요금만 73만원이 나왔다"며 "이제 또 공과금을 올리면 울면서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안 오고 가격을 낮추면 본전도 안 나와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어려움은 구체적 숫자로도 나타난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업무 난방용 가스 도매요금은 1년 전에 비해 57.6% 올랐다. 지난 1월 전기요금 또한 전년 대비 29.5%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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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우편함에 가스비 고지서가 끼워져 있다. 2023.2.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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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은평구 한옥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박모씨(56)는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어서 찾아오는 사람이 예전만큼 회복되지 않았는데 난방비가 올라 근심"이라며 "한옥은 창이 많은데다 결구(짜맞추기) 형태여서 열 손실이 많아 그런지 난방비가 작년 같은 달보다 60~70% 더 나왔다"고 말했다.

전통적 숙박업뿐 아니라 숙박 공유 플랫폼을 이용한 숙박업자들도 가스·전기요금 직격탄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네이버 카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는 사연이 줄을 이었다. 한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가스·전기요금이 올라 숙박료도 올려야 하는데 1·2월 예약이 저조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 올리면 차라리 문 닫는 게 낫겠다 싶다"고 털어놨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8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9%가 난방비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휴폐업 고려도 8.1%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바우처 제공과 가스요금 할인 등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소상공인은 소외돼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세심한 자영업자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우 대한숙박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전국의 숙박업소는 대부분 중앙난방식이라 한 곳만 켜고 끌 수 없어 난방비가 많이 든다"며 "난방요금이 평균 80~100% 올랐으니 다중이용시설의 요금 체계를 재편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도 "요금을 인상할 때 소상공인의 의견을 들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지원 자금, 에너지 고효율 장비 설치 지원이나 행정안전부의 풍수해보험 같은 것을 만들어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할 때 보장해주는 것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숙박업은 가스와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면서 "일정 매출액 이하의 영세 사업자를 위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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