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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일부 5·18 단체 “계엄군도 피해자”…멋대로 ‘화해 행사’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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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동지회와 공동선언식…진압은 ‘불가피한 상황’ 규정

동지회 “선배들 희생 왜곡” 반성 없어…민주묘역 기습 참배

전문가들 “진상규명 오히려 방해”…광주 시민들 거센 반발

경향신문

“화해 쇼 중단하라” 광주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19일 열린 특전사동지회 초청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 공동선언’ 행사를 앞두고 5·18단체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반대 행동에 나서고 있다. 5·18단체 일부가 추진한 이날 행사에 반대하는 측은 진상규명 협조와 진솔한 사과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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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일부 단체가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을 “시민의 항거를 억압한 가해자가 아니라 명령에 복종한 피해자로 보는 게 마땅하다”고 규정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에도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와 함께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강행한 이들로, 5·18 진상규명을 오히려 방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는 19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5·18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진행했다. 이날 선언식에는 두 단체 회원 150여명과 특전사동지회 회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 공동선언문’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규정했다.

이들은 “5·18 상황에서 광주 현장에 계엄군으로 투입되어 임무를 수행한 이들의 활동과 희생은 군인으로서 명령에 의한 공적 직무를 수행한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계엄군의 활동을 민주시민의 정의로운 항거를 억압한 가해자로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 바라보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양측(시민과 계엄군) 모두가 실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양시론(양쪽이 모두 옳음)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의 유혈진압을 ‘명령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규정한 것이다. 5·18 당시 광주에서는 355명(사망 165명·행방불명 78명·부상 이후 사망 112명)이 계엄군에 희생됐다. 부상자와 연행자도 5000여명에 달한다.

이들 단체는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들에 대한 치유와 보상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함께 발표한 행동강령에서 “계엄군을 위로하고 필요시 법적·제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고 밝혔다.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는 “상부의 명을 받고 파견되어 질서회복의 임무를 수행한 특전사 선배들의 희생은 결코 왜곡되거나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엄군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것에 전문가들은 큰 우려를 나타냈다. 민병로 전남대 5·18연구소 소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계엄군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유럽에서는 나치 전범이나 유대인 학살 가담자들을 지금도 처벌하고 있다”면서 “국가차원의 진상규명이 마무리되고 가해자들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이후에 화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 소장은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진상규명을 진행하는 것인데 특정 단체가 주도해 ‘무조건 용서’를 해 버리면 오히려 진상규명에 방해가 된다”면서 “계엄군이 자행한 즉결처형 등에 대한 실행 과정 등을 철저히 조사해 법적인 검토를 거쳐 처벌이나 용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5·18 두 단체는 광주지역 100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이날 행사를 예정대로 강행했다. 당초 오후에 예정됐던 특전사동지회의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는 기습적으로 오전으로 바꿔 진행했다.

행사 시작 1시간여 전부터 5·18기념문화센터 앞에서는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5·18기념재단 이사장을 지냈던 김준태 시인은 “눈이 멀어 버린 자들아, 거짓 용서와 화해로 무엇을 얻고자 하느냐”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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